[And 여행] 계곡 따라 오르면 선녀 노닐던 선향에 닿을까

국민일보

[And 여행] 계곡 따라 오르면 선녀 노닐던 선향에 닿을까

시원한 폭포와 깊은 계곡 찾아 떠난 충북 괴산

입력 2018-07-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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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 용성골 말용초 폭포를 찾은 피서객이 선녀의 비단 날개옷 같은 폭포수가 내리꽂히는 소(沼)에 들어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도 이곳에서는 한풀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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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신선암봉에 설치된 계단을 등산객이 오르고 있다. 탁 트인 조망과 직벽으로 흘러내린 대슬랩이 시원한 풍광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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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면 사은리 갈은구곡의 제7곡 고송유수재. 바로 위에 일곱 마리의 학이 살았다는 제8곡 칠학동천과 신선이 바둑을 두던 제9곡 선국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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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푹푹 찌는 한여름 무더위를 쫓는데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깊은 계곡만 한 것이 있을까. 깊은 산속에서 기암괴석 사이로 수직낙하하는 폭포소리와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냉기 머금은 물줄기 소리만 들어도 더위는 저만치 물러간다. 맑은 물은 물론 수려한 경관까지 품은 충북 괴산(槐山)으로 떠나보자.

한반도 중부 내륙에 있는 괴산은 대부분 산지로 이뤄져 있다. 백두대간 대야산(931m), 조항산(951m), 박달산(825m), 조령산(1025m) 등이 연봉을 이루며 고산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온 지맥들에서 발원한 작은 물줄기들이 많은 계곡을 흘러가며 많은 구곡(九曲)의 경승지를 형성했다. 화양, 선유동, 쌍곡 등 많이 알려진 계곡도 좋지만 좀 덜 알려진 한적한 계곡부터 찾아봤다.

먼저 연풍면 원풍리 용성골 계곡으로 간다. 백두대간 깃대봉과 신선암봉 사이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이 3㎞에 이른다. 상류에 오염원이 전혀 없어 화강암으로 이뤄진 반석을 타고 흐르는 계곡물은 맑고 깨끗하다. 2002년엔 충북의 깨끗한 물로 선정됐다. 더욱이 계곡 전체에 작은 폭포와 소가 이어져 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까운 곳에 말용초 폭포가 있다. 3m 높이에서 폭포수가 바위를 깎아 만든 듯한 길이 5m, 폭 2m, 깊이 3m 정도의 소(沼)로 내리꽂힌다. 폭포의 깊은 소는 마치 선녀가 목욕하고 금방 하늘나라로 올라간 듯한 분위기다. 4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쳤지만 이곳 물은 5분도 몸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웠다. 흘러넘친 물은 바로 아래 무릎 정도 깊이의 넓은 ‘천연 풀장’으로 이어진다. 이곳이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어 10여m의 반석을 타고 흘러내린 물은 또다른 ‘물놀이장’을 내어놓는다.

폭포에서 깃대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깃대봉까지 약 70분 걸린다. 깃대처럼 뾰족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터호른과 흡사하다. 말용초 폭포 상단을 건너면 숲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몇 번 건너면 반석을 타고 흐르는 30여m의 계곡물이 깨끗하다 못해 시리다.

깃대봉 정상에 서면 월악산의 주능선과 만수봉, 포암산, 부봉, 주흘, 조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흰 암봉들이 대간 주능선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은빛 기둥들이 하늘을 받치고 선 형국이다. 북으로는 신선봉에서 마역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코앞에 다가서 있고 남으로는 조령산 줄기가 우뚝하다. 연풍면소재지 뒤로 희양산, 구왕봉, 군자산이 멀리 보인다.

남쪽으로 길을 잡으면 신선암봉(937m)으로 향한다. 신선암봉은 최고의 전망대다.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과 직벽으로 흘러내린 대슬랩이 압권이다. 벼랑 사이에 배치된 기묘한 바위와 노송이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을 펼쳐놓는다. 동·서·남·북으로 뻗어오고, 뻗어나간 산줄기의 감동에 취하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원점회귀를 위해 용성골로 이어지는 하산길을 택해 내려서면 ‘공기돌 바위’를 만난다. 이곳에서 신선암의 바위 슬랩과 조령산 정상으로 뻗은 백두대간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래에는 용성골과 절골의 중암 갈림길이 나타난다. 용성골로 내려서면 바로 밧줄에 의지해야 하는 가파른 바윗길이 두 곳 나온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곳이다. 이어 오른쪽이 단애를 이룬 절벽 전망대가 시원한 풍광을 내어놓는다.

괴산의 덜 알려진 한적한 계곡은 갈은구곡(葛隱九谷)이다. 군자산과 비학산, 옥녀봉에 감춰진 구곡은 ‘칡뿌리를 양식으로 해 은둔하기 좋다’는 말처럼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오지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거침없이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가 자연의 신비를 풍긴다.

칠성면에서 괴산수력발전소를 지나 12㎞ 정도 들어서면 갈론이란 마을에 닿는다. 갈론마을을 지나 2∼3㎞ 남짓 계곡을 따라 거슬러 가면서 비경이 펼쳐진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降僊臺)를 비롯해 장암석실(場巖石室), 갈천정(葛天亭), 옥류벽(玉溜壁), 금병(錦屛), 구암(龜岩),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 칠학동천(七鶴洞天), 선국암(仙局岩)이 9곡을 형성하고 있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수정처럼 맑고 숲은 원시림처럼 울창하다. 바위에 새겨진 시구(詩句)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집채 만한 바위가 병풍처럼 들어선 갈은동문(葛隱洞門)을 지나면 제1곡 장암석실이다. 바위 뒤쪽에 구곡시가 새겨져 있다. 시를 새긴 암벽 아래가 마치 바위 집 같다고 해 ‘집바위’로 불린다. 제2곡 갈천정은 계곡 옆에 있다. ‘갈천’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은거했다는 장소로 갈론마을의 지명유래가 된 곳. 제1곡보다 아래쪽이다. 개울가 절벽에 ‘葛天亭’이라는 글씨와 함께 ‘全德浩’(전덕호)가 새겨져 있다. 전덕호는 1844년 괴산읍 대덕리에서 태어나 통정(通政) 중군(中軍)을 역임했던 인물. 사람도 신선처럼 살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신선이 머물 만큼 아름다운 갈은구곡에서 신선처럼 살다 갔다. 바로 옆 바위에 ‘일기청산모(日氣靑山暮·햇살은 청산 너머로 저물어가고)’로 시작되는 시구가 적혀 있다.

조금 더 올라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제3곡 강선대다. ‘신선이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계류 옆 작은 절벽에 ‘降僊臺’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강선대의 암벽은 암반으로 이어져 작은 소(沼)까지 흐른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 숲길로 든다. 1㎞쯤 걸으면 넓은 소와 시루떡처럼 생긴 바위가 층을 이루고 있다. ‘구슬 같은 물방울이 흘러내린다’는 제4곡 옥류벽이다. 3m 높이의 암벽이 거울처럼 맑은 담(潭)에 그림자를 드리운 층층바위 풍광이 환상적이다.

물빛에 반사된 햇빛이 황갈색 바위벽에 닿으면 비단처럼 보인다는 제5곡 금병, 바위가 거북을 닮은 제6곡 구암, 노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이라는 뜻의 제7곡 고송유수재, 일곱 마리의 학이 살았다는 제8곡 칠학동천을 거치면 제9곡 선국암에 닿는다. 고송유수재는 U자형을 이룬 바위지대 가운데로 계류가 흐르는 곳이다. 왼쪽 바위벽에 ‘葛隱洞’(갈은동) 글자가 음각돼 있다. 그 오른쪽 벽에는 조선시대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조부인 홍승목(洪承穆),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아버지인 이원극(李源棘)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선국암은 신선이 바둑을 두던 바위다. 2m 높이의 거대한 너럭바위는 평상 같다. 이곳에 바둑판이 새겨져 있고 바둑알을 담을 수 있는 홈이 파여 있다. 바둑판 네 귀퉁이에는 ‘4명의 동갑내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의 ‘四老同庚’(사로동경)이란 글씨가 음각돼 있다. 마을에서 나오면 달천(괴산호)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있다. 2016년 개통된 ‘연하협(烟霞峽) 구름다리’다. 길이 167m, 폭 2.1m의 현수교 다리를 건너면 산막이옛길로 이어진다.

▒ 여행메모

연풍IC 빠져 새터마을 가면 용성골 잡어 매운탕·다슬기 해장국 ‘별미’


승용차로 용성골에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원풍리(새터마을)를 찾아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나들목에서 빠진 뒤 배상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연풍면을 통과한다. 행촌교에서 3번 국도를 타고 수안보 방면으로 가다 수옥교차로에서 나와 수옥정삼거리에서 우회전하고 곧바로 새터교에서 우회전해 한섬지기 또는 새터마을로 들어서면 된다. 연풍나들목에서 10분 정도 소요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동서울에서 충주행 직행버스를 탄 뒤 수안보까지 가면 된다. 수안보터미널에서 괴산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충주나 청주에서 연풍행 직행버스를 이용한 다음 연풍에서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인근에 수옥정관광지 등이 있다.

갈은구곡은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나들목에서 빠져 칠성면소재지 방면으로 향하다 칠성초교 지나서 외사리 방면으로 간다. 외사리에서 수전교를 건너 괴산댐(칠성댐)을 지나 갈론마을까지 5㎞ 정도 된다.

괴산에서는 매운탕과 올갱이(다슬기) 해장국(사진)을 먹을 만하다. 괴산읍 우리매운탕(043-834-0005)은 메기, 동자개(빠가사리) 등을 넣은 잡어 매운탕이 별미다. 올갱이 해장국은 50년 전통의 괴산주차장식당(043-832-2673)이 유명하다.

잠잘 곳으로는 목적지 주변에서 펜션이나 민박을 구하는 게 좋다. 용성골 펜션(043-833-5241)은 넓은 주차장을 갖춘 데다 바로 옆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있어 인기다.

괴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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