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기의 자영업… 일본식 붕괴 사이클 시작됐다

국민일보

[이슈분석] 위기의 자영업… 일본식 붕괴 사이클 시작됐다

경기 둔화→일감 감소→불황→폐업

입력 2018-08-10 04:0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자영업 붕괴 사이클’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경기 둔화는 자영업 일감 감소, 불황으로 고스란히 ‘전염’되고 있다. 만성화된 과당 경쟁, 높은 상가임대료,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죈다. 숙박·음식점업이나 도소매업, 제조업에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일본의 30년 전 소상공인 몰락 과정과 판박이라는 우울한 분석까지 나온다.

정부가 다음 주에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흐름을 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단기 미봉책으로는 ‘붕괴 사이클’을 세우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에 처했다는 건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9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기준으로 최근 1년 내 폐업한 1인 자영업자는 4만7454명으로 집계됐다. 1월 4만1119명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주목할 지점은 폐업의 사유다. 문을 닫은 1인 자영업자 중 56.1%는 ‘일거리가 없거나 사업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경기 탓에 폐업한 1인 자영업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1월에 43.3%였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도 사정이 비슷하다. 6월을 기준으로 최근 1년 내 폐업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22만112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28.9%가 일거리가 없거나 사업부진으로 폐업했다. 1월의 19.5%와 비교해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악순환 고리’의 시작점은 경기 침체다. 올해 들어 전산업생산지수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 전월 대비 4.2% 증가했지만 2∼3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4∼5월 각각 1.9%, 1.6% 증가했지만 6월 다시 보합으로 내려앉았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경기 위축은 자영업의 일감을 줄이고, 자영업자를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경기 때문에 문을 닫은 자영업자 대부분이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제조업 부문에 쏠려 있다. 모두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이런 모습은 일본의 30년 전 모습과 꼭 닮았다. 일본의 소규모사업자(한국의 소상공인) 규모는 1986년부터 2014년까지 약 152만명이 감소했다. 연평균 5만6000명이 줄어든 셈이다. 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벌어진 장기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인구 감소, 산업 구조조정으로 피폐해진 지역경제 상황도 당시 일본과 겹쳐진다.

여기에 한국 자영업만의 특성이 가세한다. 한국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1%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10% 안팎이다. 그만큼 한국 자영업의 포화상태가 심각하다.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이성훈 교수는 “근본 해결은 수요에 비해 과도한 공급을 어떻게 조정할지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자영업 총량제를 도입해 준비 안 된 창업을 줄이고 기존 자영업자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껏 정부 대책은 구조 개선보다 단기처방에 그쳤다. 다음 주에 발표될 소상공인 대책도 일자리안정자금과 근로장려금(EITC) 확대, 카드수수료 인하, 소상공인 페이 도입 등 ‘겉핥기 대책’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영업자들은 한국 경제의 완충제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분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인위적으로 추진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신준섭 기자 jukebox@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