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특권 집착하면 신뢰 회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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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특권 집착하면 신뢰 회복할 수 없다

“민주당·한국당은 특활비 폐지에 동참하고, 국회는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했다는 의원들 공개해야”

입력 2018-08-1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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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국민의 신뢰 회복’을 다짐하면서도 불신의 빌미가 되고 있는 특권 내려놓기에는 미온적이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8일 영수증을 첨부하는 등의 조건으로 올해 특수활동비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실망스럽다. 특활비의 상당 부분이 공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업무추진비 성격이 강하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국회가 마지못해 공개한 2011∼13년 특활비 내역을 보면 편성 필요성을 수긍하기 어렵다. 국회의장단과 원내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장 등이 나눠가졌고 의원 해외출장비, 의전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예산이라 구체적인 사용처는 불투명하다. 생활비나 자녀 유학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전 의원들의 고백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적으로 유용해도 그만인 ‘눈먼 돈’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회가 20대 국회 전반기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1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은 특활비에 대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를 감액하고 양성화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의 주장처럼 아예 폐지하는 게 맞다.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활동 및 사건 수사나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쓰이는 경비다. 수사나 정보기관이 아닌 국회에 왜 특활비가 필요한가. 의정활동에 꼭 필요한 경비는 기본경비나 업무추진비 등으로 편성하면 된다. 국회는 항소를 철회하고 특활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는 또 피감기관의 돈으로 접대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고 의심 받는 의원 38명과 보좌관 및 입법조사관 16명에 대해 하루빨리 자체 조사를 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최근 이들의 명단을 통보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피감기관이 조사결과를 알려오면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한다.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고 피감기관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제대로 된 조사결과를 내놓을 걸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가 피감기관 뒤에 숨어 시간을 벌어보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국회는 관련 의원 명단과 해외 출장의 목적, 일정, 비용 등을 공개하고 법 위반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국회는 살았고, 신뢰를 잃으면 국회는 지리멸렬했다”고 말했다. 신뢰 회복은 국회가 관행으로 누려 왔던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 특활비와 외유 의원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를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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