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용어 바로 알기] 총회용어 ‘헌의’vs‘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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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용어 바로 알기] 총회용어 ‘헌의’vs‘촬요’

입력 2018-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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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생명은 소통에 있다. 서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언어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생명력을 잃게 된다.

9월에는 한국교회의 주요 교단들이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각 교단이 법정에서 쓰는 언어를 사용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총회에서 쓰는 많은 말은 교회를 오랫동안 다닌 사람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총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헌의’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1909년 ‘예수교장로회조선노회’ 3차 회의에서 처음 쓰인 말로 알려져 있다. ‘헌의’는 회원들이 정기총회에서 다뤄 달라고 상정한 안건을 일컫는다. 총회를 마무리할 때는 ‘촬요’라는 말이 등장한다. ‘촬요’는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들과 주요사항들을 ‘요점만 간추려 모았다’는 뜻이다. ‘헌의’나 ‘촬요’와 같은 말은 조선시대에 쓰던 말로서 현대인들에게는 사용되지 않는, 생명력을 잃은 언어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변화 중의 하나는 쉬운 법정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재판을 받은 당사자가 자기의 판결이 어떻게 났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정 언어를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일본식 어법과 용어를 상당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업무상 사망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말은 ‘∼로 봄이 상당하다’는 일본식 표현의 영향이다. 이것에 대한 우리말 표현은 ‘업무로 인한 사망으로 보아야 한다’이다.

총회의 언어로 흔히 쓰고 있지만 구습으로 남아 있는 표현이 “가(可) 하시면 ‘예’ 하시오”이다. 이 말은 한국말이 서툴렀던 선교사들이 회의를 진행할 때 다시 한번 모든 내용이 맞는지 확인절차를 걸치기 위해 사용했던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문법적으로 또한 몇 명이 ‘예’와 ‘아니요’를 했는지 민주적인 확인절차를 할 수 없는 말이다. 이 말은 슬픈 역사를 지닌 말이기도 하다. 1938년 9월 신사참배를 결의할 때 “동의할 수 없다. 불법이다”를 외치며 반대하던 사람들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아 퇴장시키고 몇 사람의 “예”라는 소리와 함께 신사참배를 가결할 때 쓴 말이기 때문이다. 교회용어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교단 총회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쓰는 말이라면 더욱 쉽고 명확한 말을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이상윤 목사(한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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