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그리스도 찾을 때 그 시대는 빛났다

국민일보

살아있는 그리스도 찾을 때 그 시대는 빛났다

그리스도론의 역사/김동건 지음/대한기독교서회

입력 2018-09-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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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존재인가. 이 질문의 답이 곧 한 개인의 신앙고백이 된다. 기독교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 질문은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교회 차원에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였다. 역사 속의 교회는 당대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통해 예수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시대에 따라 예수를 바라보는 방식 또한 달라졌고, 이는 곧 기독교와 교회의 흥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김동건 영남신학대 교수의 저서 ‘그리스도론의 역사’(대한기독교서회)는 “시대정신이 달라지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대전제 위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거의 모든 담론을 망라한 책이다. 김 교수는 1087쪽에 걸쳐 1세기부터 시작해 중세시대와 종교개혁기를 거쳐 현대의 다양한 그리스도론까지 유형별로 꼼꼼히 살펴보고 각각의 특징을 분석했다.

1부 ‘고전기의 그리스도론’에서 저자는 기독교 공동체 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시작된 신학전 논쟁을 살펴본다. 테르툴리아누스의 로고스 그리스도론, 오리게네스의 중재자 그리스도론, 아타나시우스의 그리스도론, 카파도키아 교부들과 아우구스티누스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들여다본다. 김 교수는 “예수의 출현과 그에 대한 응답이 교회의 태동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모든 관심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며 “그리스도론은 많은 신학적 주제 중에 하나가 아니라 기독교가 서느냐 넘어지느냐를 판가름할 유일한 주제였다”고 분석한다. 451년 칼케돈 회의에서 확립된 ‘두 본성과 한 위격’에 대한 교리는 그리스도론의 중요한 초석이 됐다.

8∼9세기 동방교회는 성상파괴 논쟁을 벌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에 대한 논의를 확대해 나갔다. 12세기 스콜라주의의 영향으로 속죄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안셀무스와 아벨라르 등을 통해 그리스도의 대속이 깊이 있게 다뤄졌다.

다소 주춤했던 중세와 달리 종교개혁기에 들어서면서 그리스도론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갖게 된다. 김 교수는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이 교부들의 그리스도론을 전승하되, 그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론의 새로운 해석을 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루터와 칼뱅은 그리스도론과 구원론을 결합시키며 이전의 그리스도론과 결정적 차이를 빚어냈다. 김 교수는 “루터는 그리스도의 의를 새롭게 각성했고, 칼뱅은 중생과 의인의 주체가 그리스도임을 명확히 했다”며 “이신칭의의 놀라운 깨달음이 개신교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루터와 칼뱅을 거치면서 구원의 방법과 인간의 응답이 그리스도론적으로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18세기 시작된 역사적 예수 연구를 짚어본다. 김 교수는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지 몰라도 이 분야를 그리스도론의 역사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대 신학에 결정적 전환을 가져온 칼 바르트의 그리스도론을 고찰한다. 그는 “바르트가 고전기 교부로부터 내려오고, 니케아 칼케돈을 거쳐 종교개혁가로 이어진 전통적 그리스도론을 부활시켰다”며 “우리는 바르트의 그리스도론으로 인해 정통 그리스도론의 중요성을 재고하게 됐다”고 적었다.

바르트를 시작으로 루돌프 불트만, 폴 틸리히, 디트리히 본회퍼, 위르겐 몰트만,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테이야르 드 샤르댕, 존 도미니크 크로산, 해방신학, 민중신학의 그리스도론을 비롯해 21세기 포스트모던시대의 그리스도론까지 다루고 있다. 각각의 특징을 알기 쉽게 분석해서 서술한 뒤 저자의 시각으로 평가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알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저자의 마침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그리스도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매 시대가 자신의 시대 속에서 살아있는 그리스도를 만날 때 신앙은 생기가 있었고 그 시대는 새로워졌다. 반면 자신의 시대에 그리스도를 찾지 못하거나 지난 시대 그리스도의 모습에 안주할 때, 그 시대는 활기를 잃고 위기를 맞았다. 매 시대는 자신의 그리스도론을 갖고 있다. 21세기, 이제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론을 형성해야 할 과제가 우리에게 있다. 세계관과 우주관의 변화, 불확실한 미래, 이 위기의 시대 속에서 우리의 언어와 고백으로 그리스도를 만나야 한다. 그리스도를 만나면, 그가 우리 시대에 해야 할 과제를 주실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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