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뒤엔 영광… 구금 필리핀 선교사 무죄 희망적”

국민일보

“어둠 뒤엔 영광… 구금 필리핀 선교사 무죄 희망적”

현지서 본 백영모 선교사 사건

입력 2018-09-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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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필리핀 교도소에 구금된 백영모 선교사가 지난 7일 마닐라의 지방법원 대기실에서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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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각국 선교사 및 동료 한인 선교사들이 옥중의 백 선교사에게 보내온 편지들. ‘전 세계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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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모 선교사의 체포 소식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총기를 소지할 이유가 없었고 그럴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퀘존시 쿠바오 지역의 은혜와평화교회에서 만난 렉소르 에스키벨(33) 목사는 “지난 5월 백 선교사 체포 소식을 접한 후 3일간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에스키벨 목사는 “백 선교사와 14년간 함께 일했다. 평소 긍정적이고 항상 다니엘처럼 기도하는 분”이라며 “면회를 가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어 보였지만 마음이나 생각은 긍정적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선교사의 모범을 우리에게 보여준 분으로 반드시 어둠 뒤에 영광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은혜와평화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윤성원 목사)가 필리핀에 설립한 첫 교회다. 지금은 필리핀성결교회(PEHC) 성서신학대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백 선교사는 2년 전 출범한 이곳 대학의 학장을 맡아 현지인 신학생 및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경 과목인 ‘바이블 파노라마’를 가르쳤다. 교회 사무실에서 평신도 선교단체 ‘파워미션’ 및 기성 총회의 필리핀 사역을 총괄해 왔다.

백 선교사의 구속으로 신학교 등 기성 총회의 필리핀 선교부 업무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기성 총회 소속 홍진호 선교사는 “백 선교사는 구속 전까지 교회 30여곳을 관리하고 현지인 목회자 연장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중단됐다”며 “교단에서 세운 현지인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현지인에게 투자하는 걸 아끼지 않았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18년간 일군 선교 사역의 마비보다 힘든 건 백 선교사를 향한 삐뚤어진 여론이다. 백 선교사의 아내 배순영 선교사는 “남편이 소속 교단의 명령을 받아 사유화된 선교지를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개인적으로 추진한 일도 아니고 이해관계도 없는데 체포에 어떤 빌미를 줬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은혜와평화교회가 백 선교사 소유라느니, 수억원의 선교비를 받아 챙겼다는 등 전혀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돌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체포된 지 100일을 넘긴 백 선교사는 지난 7일 보석 여부를 심리하는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마닐라의 지방법원(RTC)으로 호송된 그는 법정 대기실에서 “오늘 공판에서는 제가 무기를 소지한 것을 봤다는 경찰이 증인으로 나서고 변호사가 반대신문을 진행한다. 변호사는 그간의 기록을 참고할 때 희망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엇보다 저를 위해 기도해준 한국교회 성도들께 감사드린다. 저는 모든 성도들과 대한민국 앞에 (말씀드리건대) 죄를 범한 일이 조금도 없다. 그러기에 여태껏 재판을 자신 있게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것은 이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나타낼 일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며 “무죄가 밝혀질 때까지 기억해 주시고 같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백 선교사 공판은 12일에도 예정돼 있다.

마닐라(필리핀)=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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