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이야기] 비금도 주민 요청으로 세워진 교회, 37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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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회 이야기] 비금도 주민 요청으로 세워진 교회, 37돌 맞아

입력 2018-09-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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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3200여개의 섬이 있습니다. 이 중에 사람이 사는 섬은 500개가 안 되며 교회가 있는 섬은 270여개에 불과합니다. 그중엔 ‘소금꽃이 피었습니다’로 이름난 비금도(飛禽島)가 있습니다. 전남 목포에서 54㎞ 떨어진 비금도는 간척을 통해 유인도 3개와 무인도 79개를 하나로 만든 섬입니다. 천일염 생산지로 유명한데 최근엔 농사가 활발한 시금치도 맛 좋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금도는 110여년 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 H 매컬리(맹현리) 목사의 조사인 강낙언씨가 목포에서 활동하던 중 자신의 고향인 비금도에 덕산교회를 설립하게 된 게 복음 전파의 시초가 됐습니다. 현재 14개 교회가 연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인 신안제일교회는 비금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인 수림마을에 37년 전 세워졌습니다. 교회는 예수를 믿지 않는 마을 주민들의 요청으로 건립됐습니다. 당시 교회가 있던 인근 마을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가정과 마을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본 수림마을 유지들이 교회 건립을 요청해 왔습니다.

당시 수림마을은 40∼50대 가장들이 술과 노름 속에 살았고 그로 인해 병들어 사망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소금으로 돈을 번 젊은 아버지들이 허망하게 죽는 것을 보면서 마을 어른들이 교회의 필요성을 직감한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교회 건축을 위해 벽돌 한 장, 창문 하나, 나무 한 그루씩 기증했습니다. 청소년들도 등하굣길 교회에 들러 돌을 나르며 건축을 도왔습니다. 그때 교회엔 학생 집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학생 집사가 지금은 목회자가 돼 캐나다에서 목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1982년 6월 예배당을 완공했고 이어 사택과 교육관도 들어섰습니다.

교회에는 60∼90대 노인이 많습니다. 주일이면 ‘유모차 부대’가 교회 마당으로 들어옵니다. 저는 2014년 부임해 40여 가정에 천국의 소망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상처를 싸매는 데도 힘쓰고 있습니다. 수림마을에는 70여 가구가 살고 있고 절반 이상이 전도 대상자 가족들입니다. 할아버지까지 4대가 사는 집도 있습니다.

교인들은 어려운 가운데 노인 기초연금과 자녀들의 용돈으로 생활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남의 염전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가정, 땅을 임차해 농사지으며 생활하는 교인이 상당수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귀할 뿐입니다.

섬의 특성상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마을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교회 건물들은 잘 유지됐으나 3년 전부터 교육관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는 이런 일에 대비해 헌금을 해왔고 지난 3월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태풍 솔릭으로 피해까지 입었습니다. 그래도 교인들은 하나님께서 해결해주실 거라고 믿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다 알어서 하신당께.” 고마운 분들입니다.

최성기 신안제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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