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화 같은 중세 마을로 ‘시간 여행’

국민일보

아름다운 동화 같은 중세 마을로 ‘시간 여행’

유럽 북동부 ‘발트해의 보석’ 에스토니아 탈린

입력 2018-09-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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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구시가지의 코투오차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동화 속 그림 같은 중세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 올라프 교회 첨탑이 아침 햇빛을 머금은 하늘 속으로 찌를 듯이 우뚝하다. 그 아래로 형형색색의 옛 건물이 어깨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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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올라프 교회 첨탑 전망대에서 본 구시가지(위쪽 사진)와 시청 건물 맞은편에 1422년에 문을 연 뒤 성업 중인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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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안경을 쓴 할아버지 조각(가운데)이 있는 옛 건물(위쪽 사진)과 젊은층 창업 공간이 된 ‘텔리스키비’의 옛 공장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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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북동부 발트해 연안에 이웃하고 있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를 발트3국이라 말한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한 작은 나라들이다. 같은 이름으로 묶였지만 에스토니아는 핀란드계, 라트비아는 독일계, 리투아니아는 폴란드계로 문화, 언어, 종교가 다르다. 이 가운데 에스토니아는 4만5000㎢에 인구는 130만명 수준이다. 수도 탈린 구시가지는 중세풍의 건축물로 가득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유난히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도시 풍경이 아름다워 ‘발트해의 보석’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스웨덴, 러시아, 독일 등 주위 강대국들에 지배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저항해 독립을 쟁취한 데다 정보통신(IT) 강국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탈린은 ‘덴마크 사람들의 거리’라는 뜻이다. 11세기 덴마크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형성됐다. 13세기 한자동맹(북해·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결성한 동맹)의 중심 도시가 되기도 했다. 고풍스러운 건물은 대부분 14세기에 지어진 것들이다. 전쟁의 참화를 가장 적게 입어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보로 몇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작지만 워낙 작은 골목이 많이 형성돼 있어 구석구석 볼거리가 풍부하다.

구시가지는 발트해를 바라보는 ‘뚱뚱한 마거릿 포탑(砲塔)’에서 꼭대기 톰페아 언덕까지 경사면을 타고 형성돼 있다. 상인과 일반인들이 거주하던 저지대와 영주·귀족 등 ‘있는 사람들’의 구역이던 고지대로 나뉜다. 저지대에는 과거 상인들의 건물에 식당·카페·기념품점 등이 들어서 있고, 고지대에는 교회와 정치·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주로 있다.

16세기 초 건설된 지름 25m, 높이 20m 크기의 ‘뚱뚱한 마거릿 포탑’은 지금은 해양박물관으로 사용된다. 그 앞에 설치된 추모비 ‘브로큰 라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994년 9월 29일 발트해에서 발생한 에스토니아호 침몰사고 희생자 852명을 추모해 세운 조형물이다.

포탑과 성문을 지나 피크 거리를 따라가면 높이 123.7m에 달하는 성 올라프(올레비스테) 교회가 나온다. 탈린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랜드마크다. 13세기 처음 만들어졌을 때 159m로 1549년부터 1625년 사이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나 세 번의 화재로 재건축을 거쳤다고 한다. 첨탑은 옛날 선원들과 선박의 이정표와 등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곳에 전망대가 있다.

입장료 3유로를 내고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나선형 계단이 이어진다. 폭이 좁고 공간도 여유롭지 않다. 마지막 곧추 선 나무 계단을 오르면 갑자기 앞이 뻥 뚫린다. 258계단을 올라 60m 높이에 도착했다. 철제 난간을 잡고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면 구시가지는 물론 신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빨간 지붕과 첨탑, 돌이 깔린 골목길, 호수와 푸른 숲, 높은 빌딩까지….

시청 광장으로 가는 길에 옛 건물이 즐비하다. 그 속에 숨은 오래된 전설과 색다른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건물 위에 오페라 안경을 쓰고 뭔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있다. 맞은 편 집의 아름다운 여인을 훔쳐보다 여인의 남편에 들켰다. 남편은 할아버지의 시선이 닿는 곳에 이 조각을 만들어 복수를 했다는 것이다.

시청 광장에 이르면 옛 시청 건물이 우뚝하다. 광장은 시청 건물이 들어서기 전까지 시장으로 이용돼 왔다. 많은 축제가 펼쳐지고 죄인들을 처형하는 장소로도 사용됐다. 요즘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변에 노천카페와 전통 음식점이 즐비하다. 성탄절 전후 한 달 동안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다. 고딕 양식의 탈린 시청사는 13세기에 세워졌다. 북유럽 시청사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건물 두 번째 기둥에 쇠고리가 걸려 있다. 죄인들의 목에 끼워 벌을 주던 곳이란다. 시청 건물 맞은편엔 1422년 문을 연 약국이 아직 영업하고 있다. 그 안에는 말린 두꺼비 가루, 불에 그을린 벌 등 중세 약재를 전시해 놓았을 뿐 아니라 진짜 약도 판다.

시청광장에서 톰페아 언덕으로 미로 같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중세로 시간여행을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톰페아 언덕에 다다르면 19세기 말에 건설된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있다. 알렉산드르 넵스키 성당이다. 19세기 제정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지배할 당시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가장 높은 곳에 세웠다고 한다. 성당 바로 건너편에는 에스토니아 국회의사당이 있다. 제정러시아 시절 탈린 지배의 상징이던 이 건물이 현재 민의를 전달하고 있다.

성당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톰페아 성과 성벽이 나온다. ‘최고봉’이라는 뜻으로 13세기 석회암 절벽 위에 세워진 성으로, 에스토니아를 점령했던 여러 나라들이 번갈아가며 자신들의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다. 제일 높은 곳이지만 해발 30m에 불과하다. 지대가 높은 만큼 전망이 빼어나다. 코투오차 전망대에 서면 중세의 구시가지와 현대적 도시, 그리고 발트해까지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성곽 끄트머리에 도시를 조망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특히 이른 아침 해가 뜰 때 찾으면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시 내려와 시청 광장을 지나면 15세기 분위기로 꾸며놓고 에스토니아 전통식을 제공하는 식당 ‘올데 한자’가 있다. 내부 인테리어, 음악, 직원 복장까지 완벽한 중세풍으로 연출돼 있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길을 따라 내려오면 탈린 성벽 앞에 세워진 문이자, 붉은 고깔 모양 지붕을 얹은 쌍둥이 탑이 입구에 있다. ‘비루 게이트’. 두께 3m, 높이 16m에 달하는 성벽이 연결돼 있다. 길가엔 꽃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365일 24시간 영업한다고 한다.

과거의 탈린에서 나와 현재의 탈린으로 간다. 구시가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탈린의 크리에이티브 시티 ‘텔리스키비’가 있다. 자유분방한 빌딩들이 모여 있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옛 공장 외벽에 예술적 그래픽이 그려진 빌딩 1층에는 감각적인 맛집과 카페, 숍 등이 입주해 있고 위층에 오피스와 스튜디오 등이 들어서 있다. 탈린 젊은이들이 작지만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곳이다. 주변에는 플리마켓과 오래된 중고물품을 파는 빈티지 시장 등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메모

직항 없어 헬싱키 거쳐 순수 비행만 10시간
구시가지 주변 맛집·숙소… 미식·경치 ‘압권’


한국에서 에스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핀란드 수도 헬싱키와 마주한 도시다. 핀에어가 인천∼헬싱키 노선을 운항 중이다. 9시간 30분가량 걸린다. 헬싱키∼탈린 구간은 약 80㎞. 탈링크 회사의 크루즈는 2시간, 핀에어는 30분쯤 걸린다.

공용어는 에스토니아어지만 전체 인구의 30%가량은 러시아어를 모국어에 가깝게 구사한다. 영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화폐는 유로를 사용하며 전압은 220V. 세계 최초로 온라인 투표 실시, 온라인 시민권 부여 등 국제적으로 IT 최강국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어 대부분 호텔과 식당 등에서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호텔을 숙소로 잡는다면 구시가지 바로 앞 비루호텔이나 래디슨 블루 호텔이 좋다. 구시가지를 비롯, 탈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중세풍 식당 ‘올데 한자’에서는 엘크 스테이크가 인기다. 재료도 요리법도 낯설지만 은은한 촛불 옆에서 부드러운 맛과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식당 바로 앞에서 판매하는 아몬드도 빼놓을 수 없다.

구시가지 주변에 맛집이 많다. ‘레이브(Leib)’ 레스토랑은 현지 농수산물로 직접 만든 음식과 소스 등을 제공한다. 정원에서 먹는 쇠고기 타르타르가 별미다.

탈린의 파스쿨라 늪지대는 약 300종의 식물, 140여종의 조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탄층(늪지대 식물이 썩어 쌓인 토층)의 두께는 평균 2.5m, 최고 5m에 이른다. 다양한 하이킹 코스와 높이 약 10m의 전망대도 갖추고 있다.

탈린(에스토니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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