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KDI vs. 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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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KDI vs. 노동연구원

입력 2018-09-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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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국책 연구기관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다. 1971년 설립 이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밑그림을 짜는 등 경제발전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선 김대중정부의 ‘비전 2011’,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 등 국가 장기 발전전략의 작성을 주도한 것도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KDI였다.

이번 정부 들어 가장 ‘각광’을 받는 국책 연구기관은 한국노동연구원이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존폐 위기에 몰렸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당시 정부 산하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박사급 연구원이 모여 별도의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연구원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파업이 80여일간 이어졌다. 당시 노조를 이끌던 위원장이 황덕순 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의 주요 정책 결정에 노동연구원에서 생산한 보고서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말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토대가 된 것도 노동연구원이 분석해 제공한 보고서였다.

두 연구원의 시각은 경기진단과 향후 고용 전망을 놓고 크게 엇갈린다. 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있더라도 일부 업종에서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노동연구원은 지난달 2일 발표한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고용 전망’에서 현재 고용 상황은 평년 수준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KDI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성장과 고용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일찍부터 에둘러 경고해 왔다. 결국 11일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는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의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국책 연구기관 중 처음으로 인정했다. 장기화되는 고용 참사는 KDI의 진단과 평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으로도 노동연구원이 현재 입장을 견지할지 지켜볼 일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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