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맹경환] 조부상과 외조부상의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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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맹경환] 조부상과 외조부상의 차별

입력 2018-09-1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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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후배가 외조부상을 당했다. 처음에는 조부상인 줄 잘못 알았다. 덕분에 조부상과 외조부상의 차이를 알게 됐다. 조부상으로 처음 인사팀에 규정을 문의했다. 화환과 장례용품, 경조금 등과 함께 유급휴가 3일이 주어진다는 답변이 왔다. 나중에 외조부상이라고 정정하자 단지 유급 휴가 3일뿐이라고 했다. 노조와 사우회 규정도 차별은 마찬가지다. 노조와 사우회가 휴가는 줄 수 없으니 경조금일 텐데 조부(모)상은 있고 외조부(모)상은 없었다. 혹시 이런 차별이 다른 곳에도 있나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나마 경조휴가 3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회사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었다. 한 친구는 몇 년 전 외조모상을 당했을 때 연차 휴가를 사용했다고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한 민원인은 “조부모상인 경우는 휴가 3일이 가능하지만 외조부모상인 경우는 개인 휴가에서 사용해야 하거나, 특별유급휴가 1일에 그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는 “가족구성원과 관련한 법적 책임이나 권한을 부계에만 부여하는 호주제가 2005년 폐지되면서 (차별적인) 관행이 조금씩 개선됐지만 아직 상당수 기업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생의 민원은 조금 더 당황스러웠다. 조부모상일 때와 외조부모상일 때 학교에서 허용하는 결석일수가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친구들은 굳이 따지자면 할아버지 할머니보다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더 가깝다. 이 대학생도 “외가를 더 가까운 가족으로 느끼는 한국사회의 문화가 생긴 지 오래지만 아직도 상조 정책은 친가 위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외손주는 상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차등을 두고 있는 제도를 고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국민청원에 호응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양성평등은 제도적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모든 영역에서 남녀평등을 촉진하고 여성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은 2014년 개정돼 ‘양성평등기본법’이 됐다. 2001년에는 ‘여성부’가 설치되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상당한 성취가 이뤄졌다.

하지만 차별은 여전하다. 서울 시내 모 초등학교에서는 출석번호를 남학생부터 매기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성차별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도 폭풍처럼 지나갔다. 와중에 남성위주의 인식 틀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희정 재판’은 여성들에게 실망만 안겨 줬다. 여성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강남역 화장실 살해’ 사건을 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치를 떨었다. 경찰이 남성 모델의 누드를 몰래 찍어 공개한 혐의로 한 여성을 구속하자 분노는 폭발했다. 여성들은 “차별과 억압은 표면적 변화에 가려져 있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남성들은 위기감을 갖는다. 특히 “남성 우위를 경험한 적도 없다”는 젊은 남성들의 반발이 심하다. 강남역 화장실 살해범도 34세의 남성이었다. 혜화동과 광화문 시위에 나선 여성들을 향해서는 ‘신상 털기’와 협박이 계속된다고 한다.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다.” 91년 수전 팔루디가 쓴 ‘백래시(Backlash·반격)’에 나오는 주장이다. 90년대 미국뿐 아니라 오늘 우리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완전한 양성평등이 실현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 사이 일부 남성들의 조직적 반격은 계속될 것이다. 이들을 물리치려면 여성의 단결뿐 아니라 남성들의 지원도 절실하다. 모든 남성을 적으로 보는 극단적 페미니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페미니즘이 메갈리아와 워마드로 대표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상식이 통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남성들은 페미니즘의 아군임을 여성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맹경환 온라인뉴스부장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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