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공간 함께 나누자” 작은 교회의 통 큰 변신

국민일보

“주민과 공간 함께 나누자” 작은 교회의 통 큰 변신

인천 포도나무교회의 색다른 섬김

입력 2018-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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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구월남로 포도나무교회를 리모델링한 4층 건물의 ‘플레이스 이너프’ 전경. 지하 1층에 마련된 빈티지 분위기의 예배당 모습. 각 층에 있는 소모임 공간들과 1층 카페 모습(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인천=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9일 인천 남동구 구월남로 ‘플레이스 이너프’. 4층으로 된 회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갈색 벽돌로 꾸며진 모던한 분위기를 내는 1층은 카페를 연상시켰다. 1층 벽에 붙여진 플래카드엔 이너프에서 영어회화 캘리그래피 등 각종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지난 1일 오픈한 예술문화공간 이너프는 포도나무교회(김상현 목사)를 개조해 만든 곳이다. 지역 주민들이 1층부터 3층까지 카페뿐 아니라 강의와 소모임, 작업, 공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했다.

이 교회 김상현 목사의 아들 김명철(32)씨가 이너프를 기획했다. 김씨는 “지역을 위한 공간, 특히 청년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교회 공간을 생각했다”면서 “현재 교회가 있는 지역은 문화 쪽에서 낙후된 곳이다. 그래서 인구 유입이 어렵고 서울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많다 보니 주중엔 지역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역회사 광고회사 등에서 근무했고 외국에서 2년 동안 활동했다. 2015년 문화·예술 제자훈련학교인 나의미래공작소(소장 김준영)에서 운영하는 크리스천 인생수업 ‘예학당’ 과정을 듣고 기독교문화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세상에서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시간이었어요. 모태신앙이고 목회자 자녀로서 교회에서만 예배를 드렸지, 다른 것엔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가지고 (눈에 보이는 열매가) 있든 없든 좋은 영향을 주는 크리스천이 되고 싶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인 포도나무교회는 김 목사가 2007년부터 섬기고 있다. 김씨는 교회 당회에 지역 사회를 위한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당회원들은 김씨의 기획안에 적극 찬성했고 1억원을 헌금했다. 교인 50여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에서 통 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씨는 캘리그래퍼로 활동하는 여자친구, 유학파 출신 화가들과 함께 ‘이너프’를 조직했다. 그리고 직접 교회 리모델링에 참여했다. 이너프 멤버들이 작업한 작품과 소품 등으로 각각의 층들을 꾸몄다. 낡고 침체됐던 교회 건물이 화사하게 변했다.

김씨는 “이너프가 마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너프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이들이 모여 함께 배우고 먹고 마시며 기쁨을 찾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카페에서 눈치가 보여 모임이 어려웠던 이들이 마음껏 소모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만들었다. 글쓰기 등 각종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착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엔 결혼을 앞둔 한 남성이 프러포즈를 위해 공간을 빌렸다. 지역민들을 위한 여러 강의도 열었다.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모임도 진행할 예정이다. 주중엔 1층부터 3층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주일엔 교회 공간으로 변한다. 예배실은 지하 1층에 마련해 빈티지 스타일로 꾸몄다. 이곳에선 문화공연도 가능하다.

“교회에서 이너프를 운영하는 걸 지역 주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색안경을 끼고 지켜보시는 것 같아요(웃음).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서 공간을 꾸몄다고 알고 있는데 막상 오시면 의아해합니다. 교회인데 큰 십자가도 없다며 신기해하면서요.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인천=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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