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 뒤 사법부 80주년 당당히 맞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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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년 뒤 사법부 80주년 당당히 맞으려면

입력 2018-09-1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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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사법부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과거 사법부가 권력의 입맛대로 왜곡된 판결을 내려 국민에게 고통을 안겼다고 반성했다. 그는 “법관의 양심과 사법의 독립을 굳게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으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10년이 흘러 사법부 70주년을 맞이한 13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다시 사과를 했다. 법원은 박근혜 정권과의 재판 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헌법이 부여한 사명과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매우 참담한 사건입니다. 통렬히 반성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는 권력에 영합한 행태를 반성했고 사법 독립을 위한 개혁을 다짐했다. 10년 전 기념사를 복사한 듯 반성과 다짐이 놀라울 만큼 같다. 강산이 변했을 세월 동안 사법부는 달라지지 못했다. 사법사(史)에 잃어버린 10년이라 기록돼야 할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통렬한 반성은 그리 통렬하게 와 닿지 않았다. 반성의 대상이 누락됐다. 지금 재판 거래 의혹보다 심각한 문제는 수사를 방해하는 법원의 행태다. 진상 규명을 위해 청구된 영장을 90% 가까이 기각하고, 고위 법관을 지낸 이가 대놓고 증거를 인멸하게 사실상 방조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입을 맞추려 몸부림치는 비리 집단의 모습을 무수히 봐왔는데 지금 법원이 그와 다르지 않다. 재판이 무엇인가. 진실은 이것이라고 선언하는 행위다. 그것을 하도록 권한을 부여받은 이들이 조직 논리에 휩싸여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다면 누가 재판의 결과에 승복하겠나. 김 대법원장은 이런 행태를 반성했어야 한다. 그는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검찰 수사 앞에서 법원은 이 믿음을 이미 저버렸다. 그런데도 계속 믿겠다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1988년과 93년 법원의 독립과 사법부 민주화를 외쳤던 소장 판사들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사법권 독립을 향한 법관의 열망은 결코 식은 적이 없다. 지금의 위기는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조직 이기주의를 넘어 사법 정의를 갈구하는 열망이 과연 지금도 남아 있는가.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에 앞장서서 협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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