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조민영] 개운치 않은 영장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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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조민영] 개운치 않은 영장 싸움

입력 2018-09-1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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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초유(初有)의 사태’ 연속이다. 초유의 국정농단에 이은 초유의 사법농단, 초유의 재판거래….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의혹들이 특히 그렇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뜻답게 초유의 사건 수사는 파장이 크고 관심도 받는다. 구경꾼이 많아지는 셈이다. 그래서인가. 초유의 사건 중에 초유의 싸움도 벌어지는 듯하다. 초유의 사법농단·재판거래 의혹 수사 과정에 법원이 잇따라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고 검찰은 그때마다 즉각 반발하며 법원을 비난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대법원 재판 기밀자료를 무더기 반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연거푸 기각되고 그 사이 반출한 문건을 모두 없애는 일까지 벌어졌다. 검찰에선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법원이 사실상 증거인멸을 도운 것” 등의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사실 검찰과 법원 사이 영장 갈등 자체는 초유의 일이라 하기 어렵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했던 강동 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 등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부장검사가 직접 법원과 전면전을 벌였다. 대표적 ‘강골 검사’로 꼽히는 남기춘 당시 특수2부장검사였다. 양측의 갈등은 영장단계에서 끝나지 않았다.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며 검찰 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를 내놓자 남 부장검사가 이에 수사기록과 증거 등을 법정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강수를 뒀던 일화는 유명하다. 더 유명한 영장 갈등은 2006년 론스타 사건 때였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관련 론스타 임원들에 대해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12번이나 기각됐다. “남의 장사에 거의 인분을 들이붓는 격”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검찰의 분노는 높았다.

이번 사법농단 수사 과정의 영장 갈등이 새삼 큰 분노를 낳는 건 오히려 싸움이 제대로 된 싸움 같지 않아서인지 모른다. 과거 논란이 된 영장은 대부분 구속영장이었다. 구속 전 피의자신문 절차 등을 통해 과정이 공개됐다. 최소한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하는 사유를 법원이 직접 밝혔기에 법원의 입장이라는 게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압수수색영장이다. 비밀리에 진행돼야 하는 압수수색의 특성상 이 과정은 공개되지 않는다. 검찰이 부당하게 영장이 기각됐다며 비난할 때에야 비로소 알려진다. 법원 측은 압수수색영장 특성상 발부나 기각 여부와 사유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싸우는데 싸움의 ‘카운터 파트’가 없는 셈이다. 언뜻 법원이 불리한 것 같지만, 애초 영장에 관한 권한은 법원에 있는데 정보가 없으니 밖에서 시시비비를 따져 묻기도 어렵다.

결정적으로 이번 사건 영장의 대상이 법원이거나 판사거나 전직 판사들이다. 지난 5년 평균 90%에 육박했던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율과 10% 수준에 그치는 지금의 영장 발부율은 자꾸만 비교된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사유를 매우 꼼꼼히 따져 “죄가 되지 않으면” 기각을 하는 것이 과도하거나 무리한 수사를 견제하기 위한 ‘영장 절차’의 존재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개운치 않은 이유다. “사법농단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 영장 논란에 개입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원칙은 원칙대로 맞다. “영장은 담당 영장 법관이 요건을 심사해서 사실관계와 발부 필요성에 따라 결정했을 것”이라는 유남석 헌재재판소장 후보자의 말도 틀린 곳이 없다. 그러나 그 원칙들이 이 개운치 않은 싸움을 바라보며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풀기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법원이 그동안 ‘남의 일’처럼 바라봤던 사건을 ‘내 일’처럼 보고 판단하게 한 계기는 되지 않았을까요”라던 한 판사의 말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법원이 법원의 사건에 적용한 기준 그대로 모든 사건을 ‘형평하게’ 다룬다는 경험이 쌓일 때 법원의 신뢰가 다시 세워질 것이다.

조민영 사회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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