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못한 상황 맞닥뜨렸을 때 당신의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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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못한 상황 맞닥뜨렸을 때 당신의 반응은?

예능 ‘대탈출’ 종영 앞둔 정종연 PD

입력 2018-09-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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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등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정종연 PD는 “지금까지 프로그램들을 만들며 느낀 한계를 바탕으로 보다 진화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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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 장면.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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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이 어려운 상황을 많이 깔아놔요. 사람이라는 게 놀라고 무서울 때,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꾸미지 않은 감정과 모습이 나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장면이 나오면 짜릿하죠(웃음).”

먹방(먹는 방송)과 관찰 예능, 연애 프로 등 모양만 조금씩 달리한 예능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등으로 마니아층을 확실하게 굳혀 온 정종연 PD도 그런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사람 중 하나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주목하는 건 출연자들이 새로운 세상 안에서 관계를 맺고, 갈등을 빚어나가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프로그램은 예능이지만 휴먼 다큐멘터리 같은 면이 있다. ‘게임’이 기반인 그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머리를 쓰는 예능을 넘어 여러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 지니어스’에서 10여명의 출연자들은 게임을 하면서 서로 먹고 먹히는 심리전을 벌였다. 가상의 사회 속에서 2주간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소사이어티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갖은 모략을 동원하고, 무리를 지어서라도 이기려 애를 쓰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우리와 닮았다는 점에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게임에다 약간의 빈틈을 줬어요. 원래 있던 게임을 그대로 가져오면 보드게임만 하는 프로그램이 돼 버리거든요. 허점에서 꼼수가 생기고, 그래야 재미가 있는데 그 구멍이 또 허술해 보이지 않아야 해요. 출연자들이 기발한 꼼수를 부려도 결국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일종의 ‘미로’를 만드는 건데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일이죠. 지금 하고 있는 ‘대탈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지난 7월부터 tvN에서 밀실 어드벤처 예능 ‘대탈출’을 선보이고 있다. ‘방 탈출’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신선한 포맷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강호동 김종민 김동현 신동 유병재 피오는 산속 벙커와 학교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에 떨어진다. 그들은 힘을 모아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공간 속 물건들을 일일이 뒤지면서 단서를 조합해 밀실에서 탈출한다. 시간제한은 없다. 탈출할 때까지다.

“‘대탈출’은 공간에 담긴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출연자들과 시청자가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만큼 공간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죠. ‘무한도전’이나 ‘1박2일’처럼 여러 명이 합을 맞춰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작들이 보여줬던 불편한 갈등보다 예능인들이 좌충우돌하면서 만드는 재미있는 갈등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어느 것이든 제 아이덴티티가 담긴 거죠(웃음).”

현재 12회 중 11회까지 방영된 ‘대탈출’은 내년 시즌2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PD가 앞으로 만들어 갈 프로그램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수줍어하던 그는 인터뷰를 마칠 때쯤 박학다식한 입담꾼의 면모를 드러냈다. “주로 영상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영감을 얻는 편”이라고 말한 정 PD는 기호를 묻는 질문에 “어설프고 단조로운 영상을 싫어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재밌게 본 영화로 ‘곡성’과 ‘아가씨’를 꼽았다.

“영상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봐요. 근데 영화 ‘트랜스포머’나 ‘어벤져스’처럼 계속 부수기만 하는 영상을 보면 꼭 졸게 되더라고요. 볼거리로만 승부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감정을 전달하고,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그런 영상을 볼 때 쾌감을 느껴요. 다양한 감정을 집요하게 일으키는 그런 예능을 만들고 싶어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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