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 칼럼] 권력과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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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성덕 칼럼] 권력과 밥상

입력 2018-09-19 04:04 수정 2018-09-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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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 표방하고도 고용대참사 초래한 문재인정부가 반성은커녕 한심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어
9월 고용재앙 닥치기 전 책임자 문책·정책 전환·규제개혁에 나서 기업이 투자·일자리 확대하게 유도해야


지난 7월과 8월의 고용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7월 5000명에 불과했던 취업자 증가 규모가 8월 3000명으로 떨어졌다. 언론은 7, 8월의 고용지표를 각각 ‘고용참사’ ‘고용대참사’라고 불렀다. 8월 고용동향을 보고 ‘실업자 최대’ ‘실업률 최악’ ‘취업자 급감’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모든 지표가 악화 일로를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청와대에 고용 상황판까지 만들고 일자리 창출을 독려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실력’을 기대한 국민은 꽤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문재인정부가 연달아 고용 낙제점을 받았다. 평범한 학생도 성적이 떨어지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부는 F학점을 받아들고도 현실을 직시하거나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궤도 수정을 위한 고민은 고사하고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이들을 백안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7월 취업자 수 증가폭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지적했다.

고용대참사를 접한 청와대와 여당의 인식은 한심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말했다. 불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구조조정을 거쳐 혁신을 하는 동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영세기업도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용대란과 너무 괴리된 발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발언이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의 입장과 판박이라는 점이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경제가 활력을 띠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고용 상황도 연말에는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해 왔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지적하고 정책 전환을 요구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용절벽에서 벗어날 묘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산업 구조조정, 인구구조 변화, 날씨 탓도 했다.

9월 고용지표는 더욱 암울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방송에 출연해 “작년 9월 기저가 10만명 이상 높다. 9월은 통계상 10만명을 까먹고 들어가기 때문에 좋지 않은 숫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 취업자가 감소로 전환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고용재앙이 눈앞에 닥칠지 모른다.

혁신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답답함을 호소할 정도로 규제개혁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법안을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급기야 4차 산업 기업들이 규제를 피해 외국행을 선택했다. 카카오가 일본에 블록체인 자회사를 세웠고, 네이버가 핀테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 자회사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면 자금·기술력·일자리까지 몽땅 빠져나간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해외 생산을 늘릴수록 국내 제조업의 파이는 줄어든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지는 못할망정 기업의 등을 떼밀어서야 되겠는가.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몰락을 기대한다. 반면 대다수 국민은 현 정권이 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런 국민도 자신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을 방치한 정치집단은 용서하지 않는다. 가망이 없으면 단숨에 지지를 철회한다. 권력은 국민의 밥상에서 나온다. 서민과 중산층이 등을 돌리면 정권은 그날로 끝이다. 과연 현 정권이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 최대 복지’임을 깨닫고 실행 의지를 다져야 한다. 기업이 춤(투자·일자리 확대)을 추게 하려면 정부가 멍석(정책 지원과 규제개혁)을 깔아줘야 한다. 알량한 경제이론이나 실험하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인사는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 청와대 경제라인 교체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최근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에서 “잘못된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 등의 경질을 대통령께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제수석을 교체하셨듯이 대통령께서 문제가 있는지를 충분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고, 경제 체력을 약화시키는 인사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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