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김정은 서울에 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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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수 칼럼] 김정은 서울에 오려면

입력 2018-09-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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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에 온다면 6·25 전쟁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사안을 북한 비핵화 문제와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비핵화 진전을 위한 방한이어야 의미가 있다.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김 위원장 방한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고 조건을 단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의 방한은 비핵화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 방한에 대한 일부 보수층의 반대 시위 등 남남 갈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방한했을 때도 당초 우려했던 만큼의 큰 갈등은 없었다. 김 위원장이 국군의장대 사열을 받는다 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받았던 예우에 대한 답례 차원에 불과하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꼿꼿 장수’ 여부를 따지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이다. 본질인 비핵화에 집중해야 한다. 곁가지에 불과한 문제로 논란을 확산시킬 필요가 없다. 신변안전 문제도 전혀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남북 간에 신뢰가 형성돼 있다. 남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실상의 불가침 조약을 맺고 종전선언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이다. 정치권은 남남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반대하는 보수층을 설득하고 보듬어 안는 자세를 취하길 바란다.

김 위원장의 방한은 남북 관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은 물론 북·미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단절돼 있던 남북 정상이 불과 5개월 사이에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했다. 백두산 정상에 함께 올라 손을 맞잡았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방한까지 하면 남북 정상이 필요할 때 수시로 남북을 오가는 셔틀외교로 발전되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했던 답방 약속을 이행하는 측면도 있다.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등 해외 경험이 많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보다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스타일인 것 같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워싱턴도 못 갈 것이 없다. 김 위원장 주변에서 서울 방문을 전부 반대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고 하니 워싱턴 방문도 김 위원장이 밀어붙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합의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김 위원장의 방한은 북한의 대남 전략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 이외에도 많은 논의를 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혔듯이 +α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공동선언에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 내용이 없었지만 이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지거나 이에 못지않은 다른 비핵화 조치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전문가 참관 아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인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 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등은 그동안 미국이 목표로 제시해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부합한다며 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를 중재하는 것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과제였다. 과제를 달성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재방북도 예상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인 종전선언과 미국이 원하는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교환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 방한이 성사되려면 여러 조건들이 필요한데, 이 조건들이 하나둘씩 갖춰지는 분위기다.

논설위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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