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백 칼럼] 초고령사회 복지를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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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백 칼럼] 초고령사회 복지를 준비해야

입력 2018-10-0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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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빠른 고령화에 신속한 대처가 복지정책의 관건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청년들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하고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고령사회 한국과 초고령사회 일본의 인구 관련 통계들은 비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인구동태적 통계가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한국이 머잖아 맞닥뜨릴 과제들을 가늠하는 시금석일 수 있다.

통계청 ‘2017 인구주택총조사’와 ‘2018 고령자 통계’, 일본 총무성의 인구통계가 최근 잇달아 발표됐다. 한국은 작년 11월 1일 기준으로 고령사회가 됐고, 일본은 2018년 초고령사회가 심화됐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711만5000명에 달해 전체 인구 5142만명의 14.2%를 차지했다. 일본은 3557만명으로 전체 1억2642만명의 28.1%다. 유엔 분류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양국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이끄는 인구층은 베이비붐 세대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출생한 단카이(團塊) 세대(1947∼49년생)의 고령화에 따라 사회가 출렁거렸다. 단카이 세대가 60대로 접어들면서 2007년 초고령사회가 됐다. 앞서 일본은 7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94년 고령사회가 됐다. 한국도 베이비붐 세대(55∼63년생)가 정년을 맞고 60대가 되면서 지난해 고령사회로 변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 지 17년 만으로 일본의 고령사회 진입속도보다 7년 빠르다. 나아가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일본의 속도보다 빨라 2026년쯤으로 예측되고 있다. 10년이 채 안될 수 있다.

낮은 출생률은 고령사회 진행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감소시킨다. 일본은 고령사회 진입 이듬해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이후 총인구와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줄었다. 일본 총인구는 지난해보다 27만명 감소한 1억2642명이었다. 여성 1명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43명으로 2년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 지난해 고령사회 진입과 동시에 생산가능인구가 처음 줄었다. 3619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11만6000명(0.3%)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에서 올해는 1명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도 있다.

일하는 노인들이 많은 것도 유사하다. 한국은 지난해 65∼69세 고용률이 45.5%, 70∼74세 고용률이 33.1%였다. 유럽연합(EU) 노인고용률 최상위권 국가들은 10%대다. 하지만 65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6년 기준 43.7%로 EU 28개 회원국보다 훨씬 높았다. 일본은 65세 이상 취업률이 급격히 상승해 22.7%다. 고령자가 일을 계속하는 건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는 질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보상도 적어 그들의 빈곤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고령사회에서 젊은층이 겪는 사회경제적 환경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이 고령사회에 접어들 무렵 단카이 세대의 2세들 중 니트(NEET)족이나 프리터(free arbeiter)들이 생겨났다. 일본 경제에 거품이 빠지면서 장기불황과 취업빙하기가 닥쳤다. 이때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는 프리터들이 생겼다. 초고령사회인 지금 이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부모에 의존해 함께 살며 은둔하거나 홀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지금 경기침체에 ‘고용절벽’ 상황이다.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10%, 체감실업률은 23%나 된다. 한국 니트족도 200여만명으로 추정되고, 한국 프리터들은 중년층으로까지 확산 추세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노인빈곤율, 최저 출산율에서 선두다. 그런데 사회안전망에 이미 적신호가 깜박이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 지속, 저성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서 오는 간극 때문이다. 복지체계는 곳곳에서 미흡함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오는 2057년 고갈이 예측됐지만 그보다 3년 빨라졌다. 국민건강보험도 발등의 불이다. 2022년 당기수지 적자, 2025년쯤 누적수지 고갈이 전망됐으나 올해부터 당기수지 적자가 시작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출생률 증가 정책은 어떤가. 2006년 이후 126조원, 지난해에만 24조원 가까운 예산 집행에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

노인복지 핵심은 노인들의 경제력과 건강이다. 아프거나 건강을 잃게 되거나 생계 걱정을 하면 행복한 삶과는 멀어진다. 노인 일자리 창출 등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에 부합하는 복지정책을 정부가 신속히 만들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먼저 겪는 일본을 보고도 뒷북 정책으로 허둥댈 경우 고달픈 노인들만 양산될 뿐이다.

김용백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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