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법정 최고형? 잡아야 말이지! 단속 실적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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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법정 최고형? 잡아야 말이지! 단속 실적 ‘0’

3년 21억 들여 화장실 몰카 점검했으나 구멍만 확인

입력 2018-10-03 04:01 수정 2018-10-0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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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1일 죄질이 불량한 경우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불법촬영 카메라 엄정 대처’ 방침을 밝히고 나섰지만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현장 단속은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만 화장실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에 21억여원을 투입했지만 의심 구멍 수백개만 확인했을 뿐 실적은 ‘제로(0)’였다. 물량공세보다는 전문성 보완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민간건물 6곳, 공공장소 19곳을 집중점검한 결과 불법촬영 카메라는 발견하지 못했다. 의심스러워 보이는 구멍 124개를 발견했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불법촬영에 대한 문제의식이 활발해지면서 경찰과 각 지방자치단체도 여러 차례 집중점검을 벌여왔지만 역시나 실적은 전무하다. 여가부 관계자는 “그간 실적이 없었던 건 맞지만 예방이나 계도 차원의 의미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투입된 예산과 시간을 따져보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2016년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신설, 지난 3년간 총 21억8600만원을 투입해 공공화장실 2만554곳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왔다. 경찰도 매년 3900만원을 투입해 탐지기를 구입하고 점검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불법촬영 카메라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50대 이하 여성이 2인 1조로 다니는 ‘몰카 보안관’(서초구청), 몰카 탐지장비를 대여해주는 ‘불법촬영 꼼짝 마’(관악구청) 등 구청별 프로젝트는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보다 ‘물량공세’에만 집중한 방식은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보안업체 한국스파이존의 이원업 부장은 “서울시가 화장실 2만곳을 점검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점검이 이뤄진 곳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의 경우 1, 2년 주기로 교체돼 인력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이마저 50명뿐이어서 모든 화장실을 제대로 점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달 점검 당시) 따로 전문인력을 운용하지는 못했고, 대신 지자체 직원이나 경찰 등의 협조를 받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공공화장실에 설치된 카메라가 단속의 눈을 피해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경기도 여주 주민센터 직원이 건물 내 여자화장실에 3개월간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했지만, 여주시 자체점검 때는 이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여주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점검하다 보니 점검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는 1일부터 인력을 대폭 늘려 상시점검으로 전환했다. 미화원 등 화장실 관리인력이 모든 공공화장실을 매일 육안으로 점검하고, 한 달에 한 번 탐지기도 사용키로 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이원업 부장은 “몰카 수법은 트렌드도 빨리 바뀌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만큼 전문성과 숙련도가 중요하니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도 “여성의 불안감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소모적인 행정은 그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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