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며 나는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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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를 하며 나는 쓰네

‘문학과 목회’ 국내 문인 목사들 누가 있나

입력 2018-10-05 18:32 수정 2018-10-0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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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초장문학회 회원들이 문서선교 헌신예배를 드린 뒤 함께한 모습. 푸른초장문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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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목양문학회 정기 시낭송회 현장. 한국목양문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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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초장문학회와 한국목양문학회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발간한 ‘푸른초장’과 ‘목양문학’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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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필 소설 평론 동화 등으로 문단에 등단한 후 작품 활동과 목회를 병행하는 ‘문인 목사’들이 있다. 문인 목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가 ‘문학의 옷’을 입고 있어 전달하는 사람의 문학적인 표현에 따라 가슴 깊이 각인될 수 있다”며 “문학을 활용한 설교 준비에 아낌없는 시간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또 이들은 인간구원의 메시지가 문학의 본질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글 쓰는 작업은 본래의 자아를 찾는 삶의 몸짓이며 신앙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시곗바늘이 가을을 가리키고 있다. ‘사색과 문학의 계절’에 문학의 기능을 사역에 반영하며 풍성한 목양의 즐거움을 누리는 문인 목사는 누구인지 알아본다.

대표적인 1세대 문인 목사로 소설가 전영택(1894∼1968) 백도기(79) 목사를 꼽을 수 있다. 전 목사는 단편소설 ‘화수분’의 작가로 따스한 휴머니즘을 담은 작품을 쓰며 목회를 병행했다. 그는 작품이 곧 설교라 여겼고 작품에 기독교 정신을 담았다. 백 목사는 1969년 단편 ‘어떤 행렬’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단편 ‘청동의 뱀’, 장편 ‘가룟 유다에 대한 증언’ 등의 문제작을 꾸준히 발표했다. 82년 수원 한민교회를 설립해 26년간 목회했다. 비판적 자기 성찰을 통해 신앙적 주체 인식을 탐구한 백 목사는 “신학과 문학은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는 점이 일치한다. 예수님의 비유를 통해 우리는 어떤 논리보다 더 쉽고 빠르게 사랑의 핵심을 깨달을 수 있듯이 문학적 형태가 삶을 아름답게 하는 유익한 기능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와 찬양으로 예배하기

문학의 달란트를 사역에 반영한 문인 목사들도 눈에 뛴다. 성서와 문학,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진지한 글쓰기를 하는 김기석(평론가·청파감리교회) 목사는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글을 통해 깨달음을 던지는 목회자이다. 그의 글과 설교에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병든 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세계의 이면, 그 너머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번득인다.

홍문표(시인·한국문인교회) 목사는 ‘문학 예배’의 개척자이다. 명지대 국문학과 교수로 퇴임 후 2008년 시와 찬양으로 예배드리기 위해 한국문인교회를 설립, 문인 대상의 목회를 하고 있다. 이 교회는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엡 5:19)라는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세워졌다. 예배의 특징 중 하나는 헌금봉헌 시간에 성도들이 써온 신앙시를 함께 낭송하는 것이다. 홍 목사는 “설교에 감동(은혜)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삶의 변화가 있다. 성경이 지식으로만 전달되면 삶의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 문학적으로 설교하기 위해 설교 준비에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1976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박종구(시인·월간목회 발행인) 목사는 신망애 출판사 대표, 크로스웨이성경연구원 원장으로 문서선교와 말씀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알려진 용혜원(시인) 목사는 9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한 후 80여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흰돌성결교회에서 15년간 목회한 후 2004년 사임했다. 이후 창작 활동에 집중하면서 학교와 기업체 등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95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한 소강석(시인·새에덴교회) 목사는 지난해 목회자로서는 처음으로 한국문인협회가 수여하는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지원(시인·서울중앙교회) 강정훈(동화작가·늘빛교회·교사의벗 발행인) 김성영(시인·전 성결대 총장) 고훈(시인·안산제일교회 원로) 김상길(시인·대전순복음교회) 박재천(시인·한국문인교회 동사목사) 전담양(시인·고양 임마누엘교회) 김수진(수필가·한국교회 사학자) 최규철(시인) 현의섭(소설가) 고진하(시인) 이현주(시인) 최일도(시인·다일공동체 이사장) 도한호(시인·전 침신대 총장) 최세균(시인·안산 그사랑교회) 김순권(시인·경천교회 원로) 유관지(수필가·목양교회 원로) 목사 등도 다양한 사역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다.

한국교회 교단별 문인 목사들의 모임도 활발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광나루문학회, 합동은 총신문학회, 대신은 푸른초장문학회(구 대신문학회), 고신은 고신문학회가 있다. 교단별로 문예지를 발간하고 전국 교회를 순회하며 시낭송회를 하거나 문선선교예배를 드리고 있다.

90년 창립된 한국목양문학회(회장 전혁진)는 가장 오래된 문인 목사 모임이다. 교단을 초월해 현재 12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서울 연동교회에서 ‘시낭송회’를 갖고 있으며 매년 문예지 ‘목양문학’을 발간하고 ‘목양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들 문인 목사 모임은 기독교 문학의 정체성 확립과 기독교 문학의 선교적 사명을 수행한다. 또 성경의 메시지와 기독교 신앙을 문학을 통해 가장 대중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학과 목회가 만날 때

문인 목사들은 문학이 목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박종구 목사는 “문학은 인간 이해와 사물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영혼치유와 구원의 지혜를 얻게 한다. 문학의 구조와 기능은 통전적 성서접근의 통찰력을 갖게 해 포용적인 성서해석과 적용에 확신을 준다”고 했다.

한국목양문학회 회장과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장을 역임한 김지원 목사는 “하나님이 주신 문학이란 달란트가 목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설교이다. 문인 목사들은 문학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한다는 기독교 문서선교에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90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박재천 목사는 시조시인 영파 박용묵 목사의 장남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매일 시를 연재하고 있다. 시와 동행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문인 목사들은 설교를 문학적인 방법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씀이 언어 형식을 빌려서 우리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문학적일수록 보다 감동적이고 충만한 은혜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소중한 성경이 문학적으로 표현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도, 예수님도 말씀을 늘 문학적으로 선포하셨고 선지자와 사도들도 문학적으로 말씀을 전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문인 목사들은 강조한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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