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한 크리스천 의사, 내전 속 성폭력 피해자 존엄성까지 살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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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한 크리스천 의사, 내전 속 성폭력 피해자 존엄성까지 살려내다

올 노벨평화상 수상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드니 무퀘게

입력 2018-10-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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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무퀘게 박사(가운데 흰 가운)가 지난 5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 부카부 판지병원에서 동료 의사 및 간호사 등과 함께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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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일 무퀘게 박사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뉴스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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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콩고민주공화국(DRC)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63)는 지난 5일(현지시간) 동부 도시인 부카부의 판지병원 수술실에서 자신의 수상 소식을 들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들은 “할렐루야”를 외쳤다. 무퀘게의 별명은 ‘닥터 미러클’이다.

7일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와 BBC에 따르면 무퀘게 박사는 지난 20년간 판지병원에서 3만여명의 여성을 치료해 온 크리스천 의사였다. 그는 내전 과정에서 잔인한 성폭행이나 신체 훼손을 당한 여성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데 힘썼다.

그의 기독교 신앙은 전인적 치료에 영향을 미쳤다. 무퀘게 박사는 고통받는 여성들의 육체 치료뿐 아니라 그들이 폭력에 대해 스스로 투쟁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그의 모든 치료 과정은 여성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이 전했다.

판지병원장이기도 한 무퀘게 박사의 부친은 오순절교회 목사였다. 어린 시절 환자를 방문하고 기도하기 위해 심방을 나선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스웨덴 오순절 미션’은 그가 의학을 공부하도록 도왔다. 무퀘게는 출산 과정에서 미흡한 의술로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발견하고 산부인과로 전공을 택했다.

부룬디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시절 그는 국제복음주의학생회(IFES·한국기독학생회(IVF)의 국제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IFES 측은 “그 자신의 직업으로 선진국행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고국으로 돌아가 전쟁과 오랫동안 이어진 성폭력의 희생자들을 돕는 삶을 택했다”며 “하나님의 성품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감으로써 기독교인의 사회참여 모델이 됐다”고 밝혔다.

무퀘게 박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생명을 살리며 하나님 앞에 남녀가 평등하다는 신념을 위해 일했던 활동가였다. 2013년에는 유럽연합(EU)이 수여하는, 구소련 반체제 핵물리학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딴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상했다.

무퀘게 박사는 1999년 중앙아프리카오순절교회(CEPAC)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판지병원을 세웠다. 판지병원은 환자 치료 외에 법률 지원, 여성들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도움도 주고 있다. CEPAC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가장 큰 오순절 교단으로 724개 교회와 80만명의 신자가 소속돼 있다. 1000여개의 학교와 160개의 보건소, 판지병원을 포함해 3개의 병원을 세우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세계루터교연합 총회 기조연설에서 그는 “남성 우월주의라는 귀신에 사로잡힌 이 세상에서 그 귀신을 쫓아내는 일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마르틴 루터의 자손이 된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남성들의 만행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이제 하나님의 통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역설했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무퀘게 박사는 남성과 여성의 존엄성을 위해 분투함으로써 어두움의 세상 속에 빛이 여전히 비추고 있음을 알게 했다”고 평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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