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상의 찬송가 여행] 단풍의 화폭에 감사와 나눔으로 물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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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의 찬송가 여행] 단풍의 화폭에 감사와 나눔으로 물들이자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592장)

입력 2018-10-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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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 백석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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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하늘을 보고 있으면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봄이 잊혀질 만큼 맑고 파란 하늘에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이제 곧 여러 가지 색의 단풍까지 더해지면 세상의 인공적인 색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의 경이로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나이가 들수록 주위의 자연에 눈길이 간다. 하루에 한 번 이상 하늘을 보게 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달라지는 나무와 꽃들을 감상하게 된다. 그동안은 삶에 치여서 누리지 못했던 것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보다. 이 조그만 마음의 여유로 누리는 자연의 감동은 갈수록 필자에게 커다란 감사와 힐링이 되고 있다.

요즈음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으로 각자의 삶 속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의미한다. 필자에겐 자연을 둘러보게 된 것이 소확행이다.

단풍의 계절 이 가을에 가장 부르기에 적절한 찬송가는 역시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592장)이다. 한국인이 작사, 작곡한 추수감사절 찬송이다. 1967년 개편찬송가에 처음 채택됐다. 작사자는 여류소설가 겸 여성운동가로서 신실한 신앙인이었던 임옥인(1915∼1995) 권사이다. 작곡은 찬송가 개편 당시 찬송가위원회 간사로 있던 96세의 박재훈 목사이다.

찬송의 작곡과 작사배경을 살펴보자. 1965년쯤 박 목사는 100년 동안 외국인들의 신앙고백인 외국 찬송을 부르며 부흥하게 된 한국교회에서 이제는 우리의 찬송가를 많이 불러야 한다는 찬송가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찬송시를 모집하게 됐다. 그때 들어온 찬송시 중에 임 권사의 감사절 찬송시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가 들어 있었다. 가사위원회에서 채택된 이 시는 서울 시내 기독교인 작곡가들에게 우송됐다. 25명의 작곡가가 이 시에 곡을 붙여 찬송가위원회에 보냈다. 박 목사도 시를 받아봤다. 글자가 많고 너무 길어서 좋은 곡이 나올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 전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름다운 문체에 간결한 리듬으로 짜여진,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다. 삼천리금수강산인 한국의 산과 농촌 풍경을 한눈에 보는 듯한 감동을 느끼면서 이 시를 오선지에 옮겨놓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사절 찬송가 곡이다.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 골마다 흘러간다 맑은 물줄기/ 황금빛 논과 밭에 풍년이 왔다/ 드맑은 하늘가에 노래 퍼진다.’(1절)

이 찬송의 노랫말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한국의 산야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농장이요, 또 이 땅은 기름진 축복의 땅이다. 가을이면 농부들의 풍년가가 온 동네에서 울려 나오며 흥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넘치는 풍경이 눈앞에 환히 펼쳐진다. 그것만이 이 노래의 끝은 아니다. 후렴에 이 모든 산천을 지으시고 거기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는 백성들에게 복을 내려주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 찬송이 계속 이어진다. 끝없이 가을 하늘에 메아리쳐 나간다.

‘눈이 닿는 우주공간에 손이 닿는 구석구석에/ 우리 주님 주신 열매 우리 주님 주신 알곡/ 감사하자 찬송하자 감사하자 찬송하자.’(후렴)

가을은 주님께서 풍요롭게 베풀어주신 것에 감사하며 행복을 누리고 채우는 시간이다. 이 채움과 누림의 축복을 비움과 나눔으로 만들어간다면 이 가을은 두 배로 아름다운 계절로 물들어갈 것이다. 세상의 기준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면 끝도 없는 욕심과 욕망으로 우리의 삶은 진정한 행복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세상 것을 좇다가 거듭난 후 온 세계를 다니며 복음전파에 힘쓴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4장 11절에서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다”고 했다. 만족할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감사와 만족의 삶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을, 삶에 지친 우리에게 사도 바울의 고백이 바로 우리의 고백이 되기를 바라본다. 자족하며 평안한 마음이 되기를, 또한 자신에 맞는 소확행도 찾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조금씩 물들어가는 단풍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도 감사로 물들어가길 기도한다.

<김진상 백석예술대 교수·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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