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확장성장, 연장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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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확장성장, 연장성장

입력 2018-10-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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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유형에는 ‘확장성장’과 ‘연장성장’이 있다. 확장(expansion)성장이 특정 집단의 몸체가 커지는 것을 말한다면 연장(extension)성장은 개척이나 지원을 통해 제3의 몸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것을 말한다.

기존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나쁠 건 없지만 복음이 없는 곳에 새로운 교회들이 개척되고 신앙공동체가 자라나는 것은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더욱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아직도 많은 신자들과 교회들이 연장성장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 몸체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현실이다. 확장성장을 추구하는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지역교회의 선교적 잠재력이 집단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동력화되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교회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하나님 나라를 거스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개교회주의 또는 배타적 집단이기주의가 유독 한국 교계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집약농경문화로 분류되는 우리네 해묵은 가치관에 그 뿌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인력으로 늘리기 어려운 게 농토인지라 땅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 재화였다. 그래서 오늘날도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그토록 유별난지 모른다.

제한된 텃밭에서 기대할 수 있는 소출의 한계가 뻔한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을 제외한 타인들은 경쟁의 대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따라서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악해서라기보다 사돈이 차지한 만큼 내 몫이 줄어든다는 계산 때문이다.

제한된 토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가치관의 원형이 돼 모든 선한 것들은 제한된 분량만큼만 존재한다는, 이른바 ‘제한된 재화(limited goods)’ 개념이 우리네 사고방식으로 굳어졌던 것 같다. 모친에 대한 사랑과 아내에 대한 사랑은 별개의 것으로 공존이 가능한 데도 마치 며느리에게 아들의 사랑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는 시어머니라든지, 우정을 한없이 연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3의 친구가 생기면 죽마고우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이 잦은 모습은 바로 그러한 가치에 기인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세계 도처 집약농경권에서 발견되는 이 ‘제한된 재화’의 개념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 가치는 바로 복음 안에서 발견된다. 제한 없이, 아낌없이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성경이 약속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도 많은 교회와 신자들이 해묵은 가치관에 함몰돼 다함없는 복음의 풍요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교회만 성장해야 하고 이웃교회가 잘되면 배 아픈 심리, 우리교회 인력이나 헌금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싫어하고 구제나 선교에 인색한 태도가 그렇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우리나라에도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 있고 우리민족 돌보기도 벅찬데 웬 해외선교를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다. 최근엔 난민에 대한 불만도 많아졌다. 이런 반응은 연장성장을 통한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속 좁은 집단에게서 발견되는 전형적 병리현상이다.

선교란 연장성장의 가치와 필요를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자기 몸체가 불어나지 않더라도 주변 교회들이 성장하고 복음을 모르던 지역에 새로운 교회가 세워지며, 이타적 섬김을 통해 주변의 외국인들과 난민들에게 하늘의 복이 흘러가게 된다면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성장인 것이다. 수평이동을 통한 몸체 불리기에 연연하기보다 그리스도의 우주적 몸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는 게 차라리 현명한 투자가 아닐까.

정민영(전 성경번역선교회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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