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출신 ‘애니콜 팀장’이 로펌서 대박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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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 출신 ‘애니콜 팀장’이 로펌서 대박난 사연

전관, 로비… 反윤리

입력 2018-10-1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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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이에서 B법무법인(로펌)의 A팀장은 ‘애니콜’로 불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을 상대로 불공정행위 조사에 들어가면 “도와주겠다”고 먼저 연락이 와서다. 한 대기업의 대관(對官) 담당 임원은 10일 “공정위 조사관이 현장에 뜨면 회사 법무팀에서 연락하기도 전에 로펌들이 어찌 알았는지 전화를 해온다”며 “그 가운데 A팀장은 가장 빠르기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 인정하는 A팀장은 ‘전관(前官)’이다. 공정위에서 요직을 거쳤다. 몇 년 전 B로펌에 스카우트된 이후 대형 로펌들의 공정위 사건 시장점유율은 요동을 쳤다.

A팀장의 성공 비결은 화려한 팀 구성에 있다. A팀장 밑에는 3∼4명의 공정위 출신 팀원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공정위 시절 전공을 살려 담합, 하도급 등 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 바탕으로 A팀장은 기업들에 필요한 정보를 준다.

고객 관리도 철저하다. 정기적으로 기업 임직원과 식사를 한다. 공정위 현직들과의 끈도 놓지 않는다. 1위 로펌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A팀장이 속한 로펌이 잘나가는 이유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A팀장의 로펌에 사건을 맡기기 전에도 ‘예비고객’에게 ‘공정위가 어디 업종, 어떤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는 등의 조사 정보를 은밀히 보내준다”며 “정확도도 뛰어나다”고 했다.

A팀장이 속한 로펌의 영업 전략은 크게 3단계다. 일단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면 현장조사 대응 노하우 등을 알려주겠다며 계약을 유도하고 수임 착수금을 받는다. 공정위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본격 협상에 들어간다. 조사 과정에서 무혐의를 받게 해준다거나 예상되는 과징금을 어느 정도 낮추겠다며 성공보수를 요구한다. A팀장은 공정위 심판정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식 대리인은 로펌 소속 변호사다. A팀장은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면 로펌은 2심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을 제안한다. A팀장을 통해 사건을 맡겼던 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 100억원을 부과한다고 치면 이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2단계 영업만으로 로펌에서 가져간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새로운 착수금과 성공보수가 제시된다”고 말했다.

A팀장은 어떻게 퇴직과 동시에 화려하게 변신했을까. 그는 퇴직 직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심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A팀장에 대해 ‘보증’을 서줬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입수한 공정위의 ‘A팀장 취업제한 여부 검토 의견서’를 보면 공정위는 “A씨는 해당 로펌과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A팀장은 취업 후 변호사에게 교육 및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수행해 공정거래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며 “취업 후 공정위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보는 A팀장의 행보와 180도 다른 것이다.

A팀장은 “로펌 취업 이후 관련 대기업 관계자를 만난 적도 있지만 영업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면서 “로펌 소속 변호사에 대한 교육과 자문에 응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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