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족노조’의 고용세습 적폐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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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귀족노조’의 고용세습 적폐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가

입력 2018-10-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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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등의 ‘고용 세습’이 일부 기업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을 청년 구직자나 가족들로서는 분노가 치밀 일이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이 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조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현대자동차, 현대로템, 금호타이어 등 15개 기업이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을 보장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 기업들은 정년퇴직이나 장기 근속한 조합원의 자녀는 결격 사유가 없거나 다른 지원자와 같은 조건일 경우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정 기간 근속한 조합원이 사망하거나 질병·장해로 근무할 수 없는 경우 자녀나 배우자를 우선 채용하도록 한 곳도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9곳)과 한국노총(5곳)을 상급단체로 둔 노조들이 대부분이다. 해당되는 기업이 줄어들고 있지만 소위 힘이 센 일부 노조들은 여전히 과거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른 고용 세습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대물림은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명백한 불법이다.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도록 한 고용정책기본법(7조)과 직업안정법(2조)에 위배된다. 매년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비난 여론이 거센데도 고용 세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처벌도 약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년 전에도 실태조사를 실시해 해당 기업 노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응하지 않으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엄포에 그치고 말았다. 단체협약 개정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사항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고작인 것도 노사가 시정명령을 무시하는 이유다.

고용 세습은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점에서 채용 비리나 다름없다. 불법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고용부는 해당 기업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응하지 않으면 지체 없이 수사 의뢰해 사법처리 절차를 밟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솜방망이 수준인 처벌 수위를 강화해 강제력을 갖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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