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수 등에 칼 꽂겠나”… 대학 자체조사, 면죄부만 주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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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교수 등에 칼 꽂겠나”… 대학 자체조사, 면죄부만 주는 꼴

‘자녀 논문 끼워넣기’ 조사 결과

입력 2018-10-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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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 감싸기’ 우려 높은데다 대학마다 기준·검증 방식 제각각
교육부 사후 평가도 서류심사 한계, 정부 차원 조사기구 도입 필요성 제기


대학들이 자체 진행한 ‘교수 자녀 논문 저자 끼워넣기’ 연구부정 조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조사 대상 교수 대부분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한 데다 동료 교수들로 구성된 각 대학의 연구진실성위원회도 진상 파악에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선 이번 조사가 오히려 교수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 차원의 조사기구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대학별 자체조사 방식에 대해서 해당 대학 관계자들마저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저자 자격에 대한 기준과 검증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이나 영문 번역 같은 단순작업만 해도 저자로 인정한 대학들이 있는 반면, 학술적인 기여를 해야만 저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대학들도 있었다. 한 대학은 공저자 등재 여부가 교신저자의 권한이라며 대학의 조사 권한을 부정하기도 했다.

적발된 모든 논문에 대해 ‘연구부정 아님’이라고 결론지은 한 사립대 연구처장은 10일 “다른 대학들 상황을 보니 비슷한 수준의 기여를 했는데도 연구부정으로 결론 내린 곳도 있더라”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대학들마다 형평성 문제가 크다”고 털어놨다.

검증의 엄격함도 대학별로 차이가 컸다. 부산대 등 일부 대학들은 자녀가 연구에 참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도 연구부정으로 확정지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한 반면, 다른 대학들은 교수가 자녀의 학술적 기여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연구부정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동료 교수들이 직접 연구부정 여부를 심의하다보니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국립대 교수는 “동료의 등에 칼을 꽂으라는 건데 누가 쉽게 나서겠느냐”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연구부정으로 판정된 건수가 11건에 불과한 데에는 이런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가톨릭대는 1차 조사에서 8건 모두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했다가 교육부가 부실조사를 지적한 뒤에야 재조사에 착수, 2건에 대해 기존 판단을 뒤집었다.

교육부는 자문단을 꾸려 각 대학의 자체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많다. 교육부는 저자 기여(4항목)와 검증 타당성(3항목) 등 항목에 맞춰 대학들이 제출한 보고서 승인 여부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검증은 없고 서류로만 심사한다. 실질적으로 각 대학이 보낸 서류가 충실했는지 정도를 파악하는 구조인 셈이다. 교육부 입장에선 대학들이 서류만 끼워 맞추면 이를 다시 반려하기 어렵다.

실제 1차 조사에서 보고서가 반려된 대학들 일부는 재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조사 절차상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반려했다”면서도 “조사를 추가로 진행하지는 않았고, 자료를 보완해 다시 제출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부가 ‘연구부정 아님’으로 최종 승인한 30건에 대해서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각 대학에 자체조사를 맡겼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인사 부정청탁과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조사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판단할 제대로 된 기준이 없는 것”이라며 “결국 아주 사소한 차이로 일부만 면죄부를 받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재 오타와대 의대 교수는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직접 불러 관련 전문가들 앞에서 연구 내용을 설명하게 해야 하는데 대학들이 그런 방식을 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연구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 없이 어느 학생이라도 가능한 단순 작업만으로 공저자로 인정받는 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학들의 연구진실성위 검증이 보다 엄격해져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 연구윤리 제고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찬대 의원도 “교육부도 대학 자체 조사결과에 구애받지 말고 직접 전수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재조사를 통해 연구부정 행위로 밝혀진 저자는 기존에 지급된 국가연구자금 환수와 함께 향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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