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리콜 부정적 인식에… 결함 발견돼도 덮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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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리콜 부정적 인식에… 결함 발견돼도 덮기 급급

국토부가 김영진 의원에 제출한 자료 분석

입력 2018-10-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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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위, 연구원 ‘리콜’ 의견을 ‘무상수리’ 등으로 수위 낮춰
2015년 이후에만 10건 달해, 제조사와 유착 관계 ‘의혹’
사측이 자발적으로 리콜해도 잘 안 따르는 운전자도 문제


리콜 제도에 대한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차체 결함에 의한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차체에서 결함이 발견돼도 제조사와 정부 산하 기관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보다 덮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에게 제출한 국토부 산하 자동차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심평위) 회의록 분석자료에 따르면 차량 결함이 발견됐을 때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연구원)이 “리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심평위는 리콜 대신 ‘무상수리’ 또는 ‘지속 모니터링’으로 수위를 낮춘 경우가 2015년 이후에만 10건이었다.

2015년 8월 C사의 한 모델에선 열쇠잠금장치 파손으로 조향핸들 잠김 현상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보고됐다. 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리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심평위는 “열쇠잠금장치 파손현상은 대부분 정차상태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주행 시 파손현상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무상수리’를 지시했다. 지난해 10월엔 A사와 B사 차량에서 전자제어장치(ECU) 불량으로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보고됐지만 심평위는 “해당 현상이 명확히 제작 결함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만 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사례들은 정부 산하기관과 제조사가 유착관계를 형성해 조향장치나 에어백 결함 등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를 눈감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운전자의 생명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제조사와 정부 기관의 합작품인 셈이다. 실제로 심평위와 제조사들 간 유착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리콜 제도는 소비자보호의 개념으로, 차체 결함이 크든 작든 리콜을 실시하는 것은 제조사의 당연한 의무다. 선진국에서는 리콜을 많이 하는 업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그러나 한국에선 리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업체들이 리콜을 꺼린다.

제조사의 리콜 결정에 따르지 않는 운전자들의 안이한 인식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제조사들이 국내에서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을 때 이행률이 30% 미만에 그친 사례도 많다. 지난해 12월 E사에서 “충돌로 인한 운전석 및 조수석 에어백 전개 시 과도한 폭발압력으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승객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다”며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지만 시정률은 23.1%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리콜을 소비자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조사들도 필요한 경우 리콜을 결정하고, 소비자들도 리콜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에선 당장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리콜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영진 의원은 “심평위의 수위 조절이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면서 “리콜 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미세한 결함에 대해서도 제조사들이 과감하고 선제적인 리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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