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치매 예방주사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치매 예방주사

입력 2018-10-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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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어르신이 작년에 다른 병원에서 치매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비쌌지만 올해도 맞고 싶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치매는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운이 좋으면 더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는 약이 있긴 한데, 먹거나 패치를 붙일 수 있을 뿐 주사제는 없다고 말씀드렸다. 어르신은 분명히 있는데 왜 모르냐고 하시다 결국 다시 작년 그곳을 찾아가야겠다고 하셨다. 화요일마다 노인복지관 어르신들과 만나보면,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환은 암이나 심장병이 아니라 치매다. 특히 80대 이상은 죽음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품위가 손상되거나 인간의 약한 면이 드러나거나 남에게 기댈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인지 치매 예방법에 대해서는 다들 궁금해하고 적극적이다. 아쉽게도 널리 검증된 방법인 술 끊기, 유산소 운동, 채소와 생선 섭취처럼 쉽고도 어려운 일을 실천하는 분은 의외로 적다. 치매를 예방한다는 고가 의료기나 식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안타깝다.

치매 백신이 개발된다는 소문은 학계에서도 10년이 넘었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된 원인 물질인데, 치매 백신은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지 않게 하거나, 심지어 제거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임상 연구 단계에서 여러 문제가 있어 출시가 여러 차례 보류됐고 곧 나온다는 소식에 환자와 가족들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다. 병원에 왔다 간 어르신이 이런 소식을 듣고 말씀하셨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 정도를 치매 예방 주사라고 홍보했을 확률이 높다.

무서운 질병일수록 치료법에 대해서는 각종 비방과 소문이 돌고 사람들은 현혹된다. 치매 가족을 돌보느라 고생했거나,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처지라면 그런 소식에 더욱 혹하기 쉽다. 나도 아버지가 암투병을 하실 때 일반적인 의학적 치료 이상의 특이한 노력을 해야 효도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불안을 사고판다. 아직 치매 예방에는 쉽게 볼 수 있는 음식,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최선이다.

하주원(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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