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투 피해자들의 고통 위로합니다”

국민일보

“처치투 피해자들의 고통 위로합니다”

미투 피해자 돕는 정혜민 목사

입력 2018-10-17 00:01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정혜민 목사가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인 처치투 사건을 교회가 스스로 해결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자정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교회에도 미투(#Metoo)는 있다. 목회자나 성도가 다른 성도에게, 주일학교 교사가 학생의 몸에 손을 대는 등 피해 양상은 다양하다. 미국 교회에서는 교회 내 미투를 따로 묶어 처치투(Church+Metoo)라 부른다.

하지만 처치투를 외친 이들은 오히려 불행해진다. ‘교회를 욕보였다’는 눈초리와 편견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차가운 교회 분위기에 등 떠밀려 교회와 신앙을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회에서 발생한 성적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피해자들을 지키는 목회자가 있다. 장로회신학대와 신대원을 졸업한 정혜민(33) 목사는 2년 넘게 처치투 피해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난 피해자들만 50여명이다. 정 목사를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 목사는 처치투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사역을 시작한 계기가 후회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 내 청소년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중 한 고등학생이 청년부 리더에게 성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려왔지만 출산 후 피로감을 핑계로 만남을 미뤘다”며 “절망한 학생이 교회를 떠난 뒤 피해사실을 알게 된 주일학교 선생님이 울면서 찾아온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때 놀랐던 감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목사는 교회 내 성추행 피해를 당하는 다수가 여성, 그중에서도 미성년 성도들이라고 분석했다. 남성 목회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등 남성중심적 교회가 많기 때문에 여성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성적 사건을 겪은 아이들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해서 벌을 받았다고 생각해 자해를 하기도 한다”며 “교회 내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뒤 공론화할 수 있는 여성 사역자가 많지 않아 폭로도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과정도 제시했다. 정 목사는 교회가 자정작용을 통해 피해를 구제할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피해사실을 접하면 우선 교회에 정식으로 항의해 사건을 공론화한다. 그는 “건강한 교회 공동체라면 성적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가 스스로 사회법과 교회법을 모두 적용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교회의 보호를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 목사는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들이 같은 교회를 계속 섬기는 상황은 상처를 깊게 할 수 있다”며 “임시로 피해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힌 주변 교회를 구한 뒤 피해자 스스로 신앙생활을 이어나갈 교회를 찾을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처치투 사건으로 인해 교회 바깥에서 교회를 깎아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목회자들과 교계 기관들이 성적 사건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뭉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어요.”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