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숲 만들어요

국민일보

우리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숲 만들어요

장애인선교 현주소, 숲교회 김경호 목사와 장애인 일터 ‘숲스토리’

입력 2018-10-26 17:17 수정 2018-10-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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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리사이클 매장’ 숲스토리는 발달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지난해 오픈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의정부 숲스토리 매장 앞에서 김경호 숲교회 목사(오른쪽 두 번째)와 숲스토리 직원들이 하트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의정부=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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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숲교회 목사가 "장애인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선 '직업재활'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의정부=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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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토리 매장에 걸려 있는 후원교회와 기업 등 명단들. 의정부=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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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매장에서 옷을 정리하고 있다. 의정부=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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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용민로 ‘숲스토리’ 매장. 2층으로 된 건물엔 ‘기증과 나눔 착한 소비’ ‘발달장애인 고용’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매장 이름과 어울리게 건물은 초록색과 흰색으로 꾸며졌다. 1층 매장(165.3㎡)에 들어가니 분홍 파랑 등 색깔별로 진열된 의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스카프 가방 모자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건이 많았다. 유명 생활용품 매장 같았다. 가격은 500원부터 10만원 이내이며 제품 상태는 생각 이상으로 깨끗했다. 새 제품도 많았다.

한쪽에서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발달장애인 김상훈(21)씨와 김서경(12)양이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김씨는 주중 오전에 청소부터 옷 정리, 계산 등 1층 매장을 책임진다. 그는 “업무가 익숙해지기 전엔 가끔 실수했는데 지금은 업무가 별로 힘들지 않다”고 했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김양은 “지난해 10월부터 일주일에 한두 시간 봉사한다”며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카운터에서 계산하던 판매팀장 마말순(53·여)씨는 “발달장애인과 재밌게 일하고 있다. 장애인이라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친구다. 자녀에게 하는 것처럼 필요하면 잔소리도 한다”며 빙그레 웃었다.

2층에는 도서와 다양한 생활용품이 있었다. 빽빽한 책장 앞에 큰 테이블이 있었는데 매장에 온 손님들이 이곳에서 쉬거나 책을 보고 있었다. 생활용품은 바퀴 달린 흰색 선반에 놓여 있었다.

‘희망을심는나무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경호(41) 숲교회 목사는 “주일이 되면 이 선반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교회 집기 등을 꺼내놓는다. 2층 공간이 예배실로 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오픈한 숲스토리는 ‘오프라인 리사이클’ 매장으로 희망을심는나무 사회적협동조합에 소속돼 있다. 기업과 단체, 개인 기증을 통해 상품화된 의류 잡화 생활용품 가전 유아용품 주방용품 도서 등을 착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발달장애인 8명과 비장애인 6명이 근무한다. 김 목사는 기획과 영업, 행정 등을 총괄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주중에 4시간씩 근무하며 수당과 퇴직금 등을 포함해 한 달에 90여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발달장애인이 우리나라에서 받는 급여치고는 꽤 높은 편이다.

숲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서울시민교회(권오헌 목사)에서 10년 가까이 장애인 사역을 한 김 목사는 장애인 자립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학창 시절부터 교회의 장애인 사역에 참여하며 장애인과 가깝게 생활했다. 장애인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비교적 빨리 자신의 목회 방향을 정했다. 20세에 고신대 입학 후 신학뿐 아니라 사회복지학도 공부하며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가졌다. 고려신학대학원과 나사렛대 일반대학원에서 각각 목회학석사, 재활학석사를 받았다. 현재 나사렛대 일반대학원에서 재활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많은 장애인을 보면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살도록 돕는 ‘직업재활’이라고 봤다. 장애인이 고등학교 졸업 후 세상에 나와도 경제적 자립이 되지 않아 소외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지난해 1월 숲교회, 2월에 발달장애인의 고용과 자립을 지원하는 희망을심는나무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발달장애인에게 하루빨리 행복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현실적으로는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다. 사역자로서 돈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서울시민교회에서 2년간 건물 임대보증금과 월세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함께 사역한 2명의 권사와 집사도 이사까지 하면서 사역에 동참한다.

“성도들의 헌금 등으로 매장 집기를 사고 오픈 준비를 했는데, 오픈 즈음에 통장을 보니 남은 돈이 5만8000원이더라고요(웃음).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주셨는데 감사하게도 전 별로 걱정을 안 했어요. 그냥 채워지는 만큼 이 사역을 시작하자고 했죠.”

지역민들은 착한 소비가 이뤄지는 숲스토리를 신선하게 바라봤다. 매일 오는 단골도 꽤 생겼다. 이들은 매장에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 직원들이 먹을 간식까지 챙긴다. 김 목사는 이들이 “교회 성도 같다”고 했다.

하루 200여명의 지역민이 숲스토리를 방문하고 이 가운데 100여명이 물건을 구입한다. 현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도 받으며 자립한 상태다.

발달장애인들은 일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 직장공동체가 생긴 이들은 동료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료 생일도 자발적으로 챙길 정도다. ‘돈 쓰는 재미’도 알아가고 있다. 김 목사는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그동안 쇼핑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돈을 벌게 된 뒤부턴 근무 후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쇼핑하고 선물하기도 한다. 베푸는 것에 인색했는데 그런 부분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숲스토리 공간이 주일마다 변신하는 숲교회에는 30여명의 성도들이 출석한다. “교회는 교회대로 행복합니다. 4인 가족에서 30인 가족이 됐다고 생각해보세요. 성도들이 다 가족이고 동역자지요. 직장 때문에 교회에 온 발달장애인 친구 2명이 지난 7월 세례교인이 됐어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죠.”

김 목사는 이 같은 장애인 일터사역을 참고할 수 있는 모델링이 없어 때로는 불안하고 외롭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아직 기증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탓에 기업 등에 물품 기증을 요청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역은 발달장애인을 건강하게 세울 수 있는 모델이며 이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봤다. 전국에 100개의 숲스토리가 세워지길 기도하고 있다.

“나무를 보면 큰 나무와 작은 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있어요. 이들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죠. 교회도 마찬가지예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며 한 몸을 이루죠. 큰 나무와 작은 나무 모두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싶습니다.” 》관련기사 9면

의정부=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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