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태극기부대와 통진당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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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수 칼럼] 태극기부대와 통진당 사이

입력 2018-10-2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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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할 당시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인적 청산과 당 쇄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인지 한국당 비대위가 태극기부대를 끌어안으려 할 것이란 얘기를 얼마 전 당 관계자로부터 얼핏 들었을 때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을 인간적으로 포용하려는 것인 줄 알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들의 박탈감과 실망감을 이해하고 끌어안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면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세 결집 차원에서 태극기부대와 통합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국정농단으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부끄러운 역사마저 세 불리기를 위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국민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일이 공당에서 벌어지고 있다. 탄핵 2년 만에 과거 세력을 소환하는 역사적 퇴행과 반동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식의 통합이라면 박근혜정부 시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세력과 진보진영이 합친다 해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태극기부대도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인데 선을 그으면 안 된다는 것이 비대위 지도부의 주장이다. 그런 논리라면 진보 진영이 통진당 세력에도 선을 긋지 말아야 한다. 국회와 헌재 탄핵을 사기 불법탄핵이라고 주장하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부대와 대한애국당은 보수의 핵심 가치인 헌정질서와 법치마저 부정하고 있다. 내란음모죄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을 양심수라고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하는 통진당 세력과 피장파장이다.

한국당이 태극기부대와 통합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중도 또는 합리적인 보수는 멀어질 것이다. 외연 확장을 스스로 제약하는 꼴이다. 태극기부대는 극우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들이라고 옹호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헌법과 국가보다 더 상위에 두고 수령으로 모시는 개인숭배집단이라는 반론도 있다. 태극기부대 활동이 왕성할수록 현 정부 임기말에 있을 지도 모를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은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태극기부대와의 통합을 거론하는 것은 한국 정치가 결국은 원심력에 의해 양당 독과점 체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은근히 지역주의에 기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극화된 정치는 건강성이 떨어진다. 수구꼴통과 친북좌파, 반공과 민족, 재벌과 노동자, 태극기와 통진당기가 대립하는 토양이다. 합리적인 중도가 차지할 공간은 작아진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는 전체를 아우르고 균형을 유지하는 입장은 안 통한다고 한다. 중도나 중용은 기회주의일 뿐이며 이쪽이든 저쪽이든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표가 모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3의 길은 어렵다. 하지만 세상은 흑백이 아니라 다양한 컬러의 중간색들로 이루어져 있다. 성경도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라고 말한다. 융합하고 절충하고 통합하는 것에서 미래 비전도 나온다. 미국 인디애나대 정치학과 아우렐리안 크라이우투 교수는 ‘중용의 다양한 얼굴들’이란 책에서 정치적 중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보와 보수의 스펙트럼의 중간에 위치하는 공간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고 극단적·이데올로기적 판단을 피해 가는 절충적이고 실용적인 자세와 판단에 가깝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중도는 촛불을 들어야 할 때 불법탄핵 운운하지 않고 촛불을 들고, 북이 무력도발을 해오면 민족 운운하지 않고 맞서 싸울 것이다. 양극단을 배제한 중도정치에 대한 갈망과 수요가 많다. 이 수요를 담아내려면 보수대통합이 아니라 중도대통합을 해야 한다. 시민들의 열망을 감당해낼 수 있는 큰 그릇,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새 인물이 등장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논설위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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