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위장전입 합법화’가 다시 청원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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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위장전입 합법화’가 다시 청원된 까닭

입력 2018-10-29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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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때인 2009년에 이어 요즘 위장전입 합법화하라는 요구 재등장
돈 없고 연줄 없는 서민들 마음 아프지 않게 하려면
위장전입 비리자 중용하는 구태 답습하지 말아야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이었다. 다음 아고라에 ‘차라리 위장전입을 합법화하라’는 청원이 올랐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을 상대로 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사례가 빈번하게 지적되자 “이제 모든 국민들이 위장전입을 해도 괜찮게 됐다” “위장전입 걸리면 그냥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하죠” 등등의 주장이 터져 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은 MB정부 시절, ‘사과만 하면 도덕적 책임도 질 필요가 없는 위장전입, 오로지 서민만 처벌대상이 되는 위장전입, 차라리 위장전입을 합법화하라’는 논평을 냈다.

요즘 청와대 온라인 국민청원 게시판에 똑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 있다. ‘장관급들 다 하는 위장전입을 불법으로 두어야 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그동안 이 문제로 법적 처벌 받은 모든 사람들을 무죄로 사면하라.’ 참여인원은 미미한 상태다. 진심이 담겼다기보다 비아냥 수준이어서 많은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럼에도 화난 민심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임용 때 위장전입 비리자를 배제하겠다고 약속해 이전 정부와 확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전 정부처럼 위장전입자들이 중용되는 데 대한 불만이 담긴 탓이다.

집권 초기, 이낙연 총리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위장전입 파동 때 청와대는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위장전입자 추천은 계속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위장전입으로 요즘도 자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조명래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등의 비위에 사과하기도 했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도 청문회 때 위장전입으로 곤욕을 치렀다.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무려 8번이나 위장전입을 해 ‘위장전입 중독’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여당이 추천한 김기영 헌법재판관은 배우자 등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위장전입은 중죄가 아닐 수 있다.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해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가벼운 벌금형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행정 편의를 위한 법에 형사처벌 조항을 달아놓은 경우여서 무겁게 처벌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처벌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무 거리낌 없이 위장전입자들을 장관자리에 턱턱 앉히는 건 문제다. 현행법을 위반한 범법자라고 할 수 있는데, 법을 준수하고 집행해야 할 고위 공직을 맡기는 게 온당한가. 그들의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다. 추천한 쪽이나 덥석 받은 쪽이나 무모하긴 마찬가지다. 죄의식이 없다. 그러니 법치주의마저 훼손되고 있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위장전입이 단골메뉴로 등장했으나, 높은 도덕성을 갖춘 정부라고 자임해온 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역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돈 없고, 연줄 없어 위장전입은 꿈도 꿀 수 없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더 분통이 터지고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현 정부는 “충분히 해명됐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매번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게다가 투기 목적이 아니고,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괜찮은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위장전입에도 ‘착한’ 게 있고 ‘나쁜’ 게 있는데, 현 정부 들어 논란이 된 위장전입은 이전 정부와 달리 ‘착한’ 거라는 주장인 셈이다. ‘생활형 위장전입은 봐줘야 한다’고도 했다. 비판여론을 달래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서 한 말이겠지만, 전형적인 ‘내로남불’ 논리여서 되레 역풍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이 과거 야당 때 이유를 불문하고 위장전입을 빌미로 정부·여당을 맹공했던 사례는 부지기수다. 실제 낙마시킨 경우도 적지 않다.

위장전입 파동의 악순환은 언제쯤 끊어질까. 힘 있는 자들은 사과 한마디로 넘어가고 힘 없는 자들은 징역이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세상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힘 있는 자에게는 전혀 흠이 안 되고, 힘 없는 자에게는 흠이 되는 세상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 문재인정부는 ‘위장전입 합법화’ 청원이 다시 등장한 속뜻을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그래도 보수정권과 비교할 때 나아진 것 아니냐”는 자찬은 삼가는 게 좋다. 위장전입을 상상도 못하는 서민들의 허탈감과 울화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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