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운영·재정 분립… 교육과정 차별화를”

국민일보

“유치원 운영·재정 분립… 교육과정 차별화를”

사립유치원 비리 파장 커지는데… 교회 유치원 대응은

입력 2018-10-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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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A씨(25)는 지난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점심 식사 교육 중 반찬이 부족해 주방에 갔더니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주방 관계자는 “평일 기도모임을 마친 교회 중장년부에서 음식들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유치원과 교회에서 각각 필요한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해 벌어진 결과였다. A씨는 “결국 원아들한테 추가 배식을 해줄 수 없었다”며 속상해 했다.

경기도에 있는 교회 유치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B씨(28)는 월요일에는 출근을 더 서두른다. 주일 동안 교회학교와 청년부에서 유치원 교실을 사용하면서 뒷정리를 하지 않고 나가기 때문이다. 원장은 교사들에게 ‘매주 월요일에는 1시간 일찍 출근해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서씨는 “교회와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공간을 사용한 뒤 정리를 하는 건 같은 공동체 사이의 상식”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교회 내 유치원들도 스스로 점검에 나서고 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교회 내 유치원들도 이번에 법 위반을 지적받았다. 지난 1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신학대 부속 유치원이 실정법 위반 사항을 지적받았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감사 보고서에서도 경남과 전남에 위치한 교회 유치원 각각 1곳이 법규를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 내 유치원들은 교회가 공간을 제공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영비용은 누리과정 등 지자체 등에서 지원받아 운영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으면 선교라는 본래의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교회는 자체적으로 교육비를 충당해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유치원 관계자들은 교회 내 유치원의 성격상 교회에 잘못이 있어도 시정해달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치원 원장은 “원장도 3년 혹은 5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고 있다”며 “교회가 재정이나 공간 문제에서 실수를 해도 알리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선교라는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회의 섬세한 유치원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총신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복음을 전하고 선교를 하기 위해 세운 유치원이지만 재정이나 운영에선 분립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교회 내에서도 유치원 운영의 독립성을 인정해 주고 유치원도 학부모에게 회계 내역 등을 공개해 교회와 유치원, 학부모가 모두 운영에 참여하는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원석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는 공동체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공간을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갈등의 경우 교회가 먼저 유치원들에게 솔선수범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공동체성이 강한 교회가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 유치원이 일반 사립 유치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고 교수는 “교회에는 아이들을 돌본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이 많다”며 “젊은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회 내 중장년층 성도들과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면 교회 밖 유치원들이 고질적으로 겪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더러 차별화된 기독교 유아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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