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형평성 논란에도… 大法, 판례 14년 만에 뒤집었다

국민일보

거센 형평성 논란에도… 大法, 판례 14년 만에 뒤집었다

대법관 4명은 강한 반대 의견

입력 2018-11-0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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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1일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있다.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기존 판례를 14년 만에 뒤집었다. 권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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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종교적 병역거부’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2004년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기존 판례를 14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다만 이날 판결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양심과 정당한 사유의 기준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교적, 양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면 누가 군대에 가려 하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종교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처벌의 예외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종교·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도 처벌 규정은 ‘합헌’으로 판단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처벌도 할 수 없다’는 첫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병역거부자들이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단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거부하겠다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형사처벌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본질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최소한의 소극적 거부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날 판결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체복무제 입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재판부는 대체복무제 도입 여부와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별개라고 밝혔다.

진정한 양심과 정당한 사유의 기준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도 판단 기준과 관련 “구체적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양심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만큼 전반적 삶의 모습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대법관 13인 중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 4인은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무죄 취지 판단에 반대했다.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이 ‘진정한 양심’인지 어떻게 판별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 “양심적 병역거부가 비록 소극적인 행위이긴 하지만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것이어서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의 엄중한 안보상황과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강력한 사회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 직후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23일 대법원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며 환영 입장을 내놨다.

종교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만큼 이번 판결은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종교를 앞세워 국방의 의무를 망각하겠다는 건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위중한 문제”라고 밝혔다.

전원합의체 최종 판례가 확립됨에 따라 이를 기다리던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서도 무죄선고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31일까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종교적 양심 등에 따른 병역거부 사건은 227건이다.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들도 대거 무혐의 처분될 전망이다.

안대용 최예슬 신상목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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