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후 약과 함께 복음서… 케냐 오지에 사랑을 전하다

국민일보

진료 후 약과 함께 복음서… 케냐 오지에 사랑을 전하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한국 봉사단, 난디 지역서 의료봉사

입력 2018-11-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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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강 선교사(가운데)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케냐 난디 지역의 메테이테이 서브카운티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 봉투와 함께 스와힐리어로 된 요한복음을 건네고 있다. 케냐한인교회 홍성무 목사(왼쪽)는 약 봉투에 약을 담고 있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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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한인교회 봉사단원 우태정씨(오른쪽)가 환자의 이름과 나이, 어디가 아픈지 등을 묻고 있는 모습.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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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곤자 와피(어디가 편찮으세요)?”

이대성 선교사가 스와힐리어로 묻자 로다 쳅코에치(66) 할머니가 다리를 만졌다.

“니메오미아 무구(다리가 아파요).”

오랫동안 왼쪽 다리를 쓰지 못했다는 로다 할머니는 한국에서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에 돌과 진흙투성이인 산길을 12㎞나 돌아왔다고 했다. 진료가 끝나자 할머니는 7살 손녀 메리 치비지의 오른쪽 발을 내밀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피부병이 심각했다. 여기저기 상처도 많았다. 메리는 맨발이었다.

몸 치료하는 약, 영혼 구하는 복음서

케냐 수도 나이로비 케냐타 국제공항에서 차로 9시간 달려야 닿는 난디 지역.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난디의 유일한 의료기관인 메테이테이 서브카운티 병원에서 국제구호NGO 라이프오브더칠드런과 한국인 봉사단의 진료가 이뤄졌다.

이들 의료봉사단에는 아프리카에서 3년 동안 의료선교를 해온 간이식 전문의 이대성 선교사와 순천의료원 정효성 원장(외과), 박현정 과장(내과) 등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케냐에서 9년째 사역 중인 이태권·정국강 선교사, 케냐한인교회(홍성무 목사) 성도들이 일손을 보탰다.

메리의 손을 꼭 쥔 로다 할머니가 처방전을 들고 약제실을 찾아오자 정 선교사가 이들을 반겼다. 그는 다른 환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약 봉투에 스와힐리어로 된 요한복음을 넣어줬다. 종이마저 귀한 이곳에서 환자들은 책을 소중한 선물로 여겼다.

정 선교사는 “약이 몸을 치료하겠지만 책은 이분들의 영혼을 구원할 것”이라면서 “이분들에게 하나님 사랑과 은혜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케냐한인교회 봉사단원인 우태정(24·여)씨와 김지아(21·여) 전도사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접수처에서 환자들의 혈압을 재고 이름과 나이, 어디가 아픈지 등을 물었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우씨는 “하나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선교사들을 보며 감동받아 봉사에 참여했다”면서 “찾아온 이들이 병도 치유하고 하나님 은혜도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료봉사단은 지난달 30∼31일 난디에 이어 지난 2일 마구무 지역까지 3일 동안 1000명에 이르는 환자를 돌봤다.

“예수님처럼 사랑 실천, 깊은 감사”

의료봉사단이 진료하는 동안 이태권 선교사와 라이프오브더칠드런 팀은 난디 지역 코이모이·카멘제이와 초등학교와 리무르 지역의 리무르감리교회, 리무르아카데미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학용품과 신발, 축구공, 비타민, 치약세트 등을 선물했다.

코이모이 초등학교를 방문한 이 선교사는 ‘예수 니 완구 와우지 마 와 미엘레(예수는 나의 영원한 생명입니다)’를 학생들과 함께 목청껏 외치고 기도한 뒤 선물을 나눠줬다. 학생들은 비눗방울과 축구공에 열광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난디 지역 초등학교의 총괄책임자는 현장을 찾아와 “예수님이 헌신하며 사랑을 전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해줘 고맙다”면서 “여러분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희망도 조금 더 커졌다”고 말했다.

“깨끗한 물 난디 프로젝트, 꼭 실현되기를”

난디 지역은 해발 2700m 내외의 고산지대다. 풀과 나무가 자라 비옥해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물은 흙탕물이어서 수원지가 아니면 마실 수 없다. 땅은 척박해 사탕수수나 녹차를 제외하곤 농작물 재배도 여의치 않다.

물과 땅 사정이 좋지 않으니 난디 3개 마을 5000여명의 삶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여성들은 물을 뜨기 위해 왕복 12㎞ 거리의 식수원까지 산길을 매일 오르내린다. 20ℓ짜리 노란색 젤리캔을 헝겊으로 묶어 이마에 걸치고 다니느라 이마 앞쪽에 머리가 거의 없다. 새벽 4시쯤 집을 나서면 정오를 훌쩍 넘겨서야 돌아온다. 물 떠오는 일에 하루 종일 매달리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아프기 일쑤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은 식수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난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높은 지대의 수원지에 식수 파이프를 깔아 중력으로 마을까지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올 3월까지 설계와 물탱크 공사가 착착 진행됐는데 우기로 공사가 잠시 중단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케냐 산림청에서 산림훼손을 막겠다며 벌목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난디 카운티가 중앙정부에 파이프 매설 허가를 요청하고 있지만 언제 공사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조진행 팀장은 “깨끗한 물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면서 “하루빨리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난디 지역에 희망이 싹텄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난디(케냐)=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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