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교복 한 벌로 남매끼리 돌려 입으며 학교 다니는 아이들

국민일보

[밀알의 기적] 교복 한 벌로 남매끼리 돌려 입으며 학교 다니는 아이들

말라위 마치라·자치가 마을을 가다

입력 2018-11-07 00:01 수정 2018-11-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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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수원 창대교회 목사(왼쪽)와 이우철 수원 율전교회 목사가 지난달 3일 말라위 음페레레 지역 맘캄바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알려주고 있다. 지붕 없이 볏단으로 어설프게 둘러진 이곳이 5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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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목사가 방문했던 마치라 마을의 알릭씨 가족 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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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음페레레 지역 카울라치치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지니스(오른쪽)와 5학년 베데가 지난달 2일 이곳을 방문한 모니터링단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티셔츠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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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마치라·자치가 마을을 가다

“뭐가 필요할까요.”

박현욱 수원 창대교회 목사는 연신 이렇게 물었다. 아프리카 말라위 음페레레에 위치한 마치라 마을의 알릭(38)씨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이미 염소 암수 한 쌍을 준비한 그였지만 마음이 쓰였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쌀과 부식을 가득 샀다.

국민일보와 한국월드비전이 함께한 ‘밀알의 기적 캠페인’ 모니터링단은 지난 9월 31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위를 방문했다. 지난달 3일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알릭씨의 거처는 집이라 보기 어려웠다. 2년 전 지었다는 6.6㎡(2평) 남짓 원형 구조의 집은 어른 2명이 눕기에도 버거워 보였다. 박 목사는 손에 든 선물을 한참 건네지 못했다. 마땅히 놔둘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알릭씨는 이곳에서 아내 그리고 4명의 자녀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부인 음델랑지(32)씨는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박 목사 일행이 왔을 때도 일어나지 못했다. 어렸을 적 사고를 당했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첫째 아들인 로다(12)는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몸에 파리가 앉았지만 로다는 쫓을 힘도 없는지 그냥 멍하게 앉아만 있었다.

박 목사가 다가갔다. 로다에게 사탕을 하나 건네곤 기도를 시작했다. 주위로 알릭씨와 셋째 말리게리타(8)와 넷째 팻니스(3)가 다가왔다. 박 목사는 이들의 손을 잡고 “전능하신 성령님 주님께서 만져주셔서 속히 회복되게 하시고 일어나게 해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둘째는 보지 못했다. 둘째 망제니(10)는 그 시각 학교에 가 있었다. 다른 남매들 역시 학교에 등록은 돼 있지만 가진 못했다. 이유를 물으니 “교복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남매들은 망제니가 입고 간 교복을 돌려 입으며 다른 날에 학교를 간다고 했다.

망제니가 다니는 맘캄바 학교에 가봤다. 알릭씨 집에서 2.5㎞ 떨어진 곳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2016년 세운 곳이다. 이전엔 18㎞ 떨어진 거리에 학교가 있었다.

나름 신축인 학교인데도 상황은 열악했다. 5개 동 중 2개 동은 지붕이 없었다. 벽도 볏단을 둘러 세워 놓은 것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흙바닥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지붕이 있는 곳 역시 자금 부족으로 마감질을 하지 못해 바닥이 울퉁불퉁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실 부족이었다. 정규 초등 교육과정은 1∼8학년이다. 그러나 교실이 부족해 1∼5학년만 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5학년을 마치면 학생들은 강제 중퇴해야 했다. 개교 이래 2년간 216명이 상위 학급이 없어 중퇴했다.

말라위의 초등학교 이수율은 45.7%이지만 문해율(6학년 수준)은 10% 미만이다. 교육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의미다. 열악한 교육 인프라도 문제지만 아이들도 생업에 뛰어드느라 꾸준한 교육을 받기 힘들다. 말라위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가 전체의 40%에 달한다.

이우철 수원 율전교회 목사가 만난 자치가 마을의 타지오나(11)와 유니스(10)도 생계 때문에 학업을 그만둔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누나 지와보(29)를 따라 농장에서 소일거리를 해 삯으로 음식을 받거나 이삭줍기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낮 시간 대부분을 일하지만 동생 모야미코(9)와 타예스(6) 그리고 어린 조카(4)를 먹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모야미코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오빠들처럼 언제 생계 전선에 뛰어들지 모른다.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고 있는 지와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와보는 20대 초반에 결혼했지만 얼마 안 돼 이혼했다. 슬하에 아들과 딸이 있지만 지금은 딸만 데리고 있다. 아들은 아빠와 함께 떠났다. 지와보의 부모는 6년 전 에이즈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타예스는 부모의 영향으로 에이즈 바이러스(HIV) 보균자다.

지와보 가정은 말라위가 처한 현실의 축소판이다. 말라위는 에이즈 발병으로 전체 인구의 16.7%가 사실상 고아다. 5∼17세 가운데 아동노동을 경험한 비율은 39%다. 말라위는 성인이 되기 전 결혼하는 조혼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목사는 작은 도움이지만 이들 가정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월드비전 후원 카울라치치 초등학교 교실 개·보수하자 1년 새 학생 100여명 늘어

"리야히 쏘쏘하∼" 아이들이 몰려나와 한국의 친구들을 만나 기쁘다는 노래를 불렀다.

지난달 2일 국민일보와 한국월드비전 모니터링단이 말라위 음페레레에 위치한 카울라치치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였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팻말 중엔 '환영해요, 박 목사님(Welcome, Pastor Park)'이란 문구도 보였다. 박종운 평택 선한목자교회 목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모니터링단과 동행한 박 목사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이곳을 찾았다.

원래 카울라치치 초등학교는 노후한 시설로 가득했다고 한다. 1946년에 지어져 벽이 허물어진 건 물론이고 지붕이 사라진 곳도 있었다. 그랬던 곳이 지난 1년간 눈에 띄게 바뀌었다. 선한목자교회와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4개 동이 새로 생겼다. 지금도 한쪽에선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박 목사는 익숙한 듯 주변을 둘러보더니 새로 개·보수된 건물을 가리키며 "지난해 왔을 땐 저기 세 개 동이 허물어져 있었다"고 했다.

교실이 새로 지어지면서 1년 사이 학생 수가 100명 넘게 늘었다. 현재 남학생 404명, 여학생 443명 등 총 847명이 재학 중이다. 하진스 람브리라 교장은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는 밖에서 수업을 했다"며 "수업을 듣다 가는 학생들도 있고 중퇴도 많았는데 새롭게 단장한 뒤 중퇴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마을 사람들이 한 마음이 돼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람브리라 교장은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건물 짓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실 주변에 붉은 벽돌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모두 마을 주민들이 운반했다고 한다. 그는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과 후원 교회, 월드비전에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한국에서 가져온 티셔츠를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티셔츠에는 'wake up dream on(일어나 꿈꿔라)'이라는 영문이 새겨져 있었다. 6세 때부터 이 학교에서 7년째 공부하고 있는 지니스(13)가 학생 대표로 받았다.

새 건물에서 공부하게 된 소감을 지니스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지니스는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건물이 주는 안정감도 있지만 계속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데서 오는 안정감이 있다"며 "뭐가 옳은지 아닌지 선생님들이 알려준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꿈이라는 그는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커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음페레레(말라위)=

글·사진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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