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차고 달리며 하나님 자녀로 돌아올 겁니다”

국민일보

“축구공 차고 달리며 하나님 자녀로 돌아올 겁니다”

10일 비행 청소년 축구대회 여는 부산지방법원 천종호 부장판사

입력 2018-11-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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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사랑하는 당신이 진정한 어버이요 스승입니다.’

판사실 한쪽 구석 화환에 적혀진 문구다. 무궁화가 심어져 있는 갈색 줄무늬 화환은 산처럼 쌓인 판결문과 각종 문서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천종호(53·사진)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의 판사실 풍경이다. 천 부장판사를 6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 판사실에서 만났다.

‘천10호’ ‘호통판사’라는 별명의 천 부장판사가 이번에는 축구에 꽂혔다. 축구를 통해 소년범들의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전하기 위해 대회를 직접 개최한다. 8년간 부산가정법원에서 소년재판에 전념하던 그는 지난 2월 부산지법으로 자리를 옮겨 형사 사건을 맡고 있다.

소년범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 부장판사는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는 책을 집필했다. 여기서 나온 인세와 주변인들의 후원금을 모아 ‘만사(萬事)소년축구단’을 만들었다. 2016년부터는 사단법인으로 조직을 개편해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왜 축구일까. 천 부장판사는 “축구뿐만 아니고 야구 농구 등 운동을 포기한 청소년들이 더 쉽게 비행에 빠지는 사례를 종종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형편과 부상 등을 이유로 운동을 그만둔 소년들의 좌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매주 목요일 부산 금정구 한 풋살장에는 청소년 20여명과 천 부장판사 그리고 만사소년축구단 간사들이 모여 함께 공을 찬다(첫번째 사진). 축구는 아이들과 거리감을 좁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많으면 아이들이 40명까지 오는 날도 있다. 천 부장판사는 “사실 조금만 운이 좋았다면 대학에서 사회에서 축구를 했을 아이들도 눈에 띈다”며 안타까워했다.

만사소년축구단은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남과 대전에서도 최근 ‘청소년회복센터’를 중심으로 만사소년축구단이 창단됐다. 청소년회복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에 의거해 생긴 시설이다. 보호자가 없는 비행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곳인데 전국 20여 회복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대부분의 시설은 목사와 장로 등 기독교인이 운영한다.

만사소년축구단과 대한민국축구선교단(박에녹 목사)은 10일 부산 기장철마체육공원 축구장에서 ‘만사소년축구대회’를 연다. 세 곳의 만사소년축구단과 부산 기장고등학교 축구부가 맞붙어 자웅을 겨룬다. 천 부장판사는 “연습 때는 나도 공격과 수비 가리지 않고 축구를 한다”며 “가끔 아이들이 주는 패스를 받지 못해 ‘나이가 들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모든 크리스천이 이들에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천 부장판사는 “회복센터를 세우기 위해 한 장로와 부동산 계약을 할 때도 ‘비행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은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신앙을 갖게 된 소년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교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신앙이 있는 아이들은 현재 부산 금정평안교회 5층에서 따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천 부장판사는 크리스천들이 ‘예수 공동체’로서 아이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도행전에도 나와 있듯이 ‘성도가 서로 교통해야’ 예수님의 공동체가 됩니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는 크리스천이 돼 주세요.”

부산=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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