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최병욱] 대체복무, 엄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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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최병욱] 대체복무, 엄정해야 한다

입력 2018-11-0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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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와 대법원의 연이은 결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합법적으로 군에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예술체육요원, 공중보건의사 등이 이에 속한다. 다만 이들 모두는 신체검사 결과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거나 모종의 식별 가능한 자격요건을 갖추었을 경우에 한한다.

이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현역복무 면제는 특별하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 올림픽 메달, 의사와 같은 일정한 자격요건 없이도 자의적 양심에 따라 군 복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측은 사회적 약자인 이들을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병역의 의무도 현역에 준하는 기간 또는 1.5배수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복무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선의’로만 접근하기에는 그 양상이 너무도 복잡하다.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첫째,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다. 우리 사회에서 현역복무의 중압감은 남다르다. 30대 1이 넘는 의무경찰 경쟁률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군대 내의 상황 또한 만만치 않다. 인구가 줄어 현재 현역복무 판정률은 90%에 이른다. 이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현역복무가 부적합한 이들도 웬만하면 모두 군에 가야 한다.

부작용도 심각하다. 지난해만 해도 4461명이 심리치료와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57명의 현역병이 자살했다.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집으로 돌아간 장병의 수는 연간 5000명에 이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대체복무를 자칫 안이하게 설계할 경우 ‘가짜 양심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들에 대한 적격 여부 판단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

둘째, 현역복무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현역으로 입대하는 장병들은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몸과 마음으로 충실하게 이행하는 이들이다.

병역의 의무는 그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전제하고 있다. 누군들 전쟁을 바라며, 집총을 원하는가? 이 질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저렇게 쉽게 군에 가지 않을 수 있고, 저렇게 편하게 복무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되는 경우, 현역병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셋째,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가 다름 아닌 종교적 문제라는 점이다. 2009년 이후 2018년 7월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5450명이다. 이 중 개인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는 37명에 불과하다. 99.3%인 5413명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개별 사안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종교적 활동 여부가 핵심적 사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중학생들 사이에 ‘지금부터 특정 종교로 개종해야 군대 안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고 한다. 종교 경력을 쌓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대체복무제가 자칫 특정 종교 교세 확장의 도화선이 될 수 있고 종교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간단치 않다.

요컨대 대체복무제를 선의로만 접근해서는 위험하다. ‘진정한 양심’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 양심’의 악용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대다수의 공감 속에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시작은 다소 엄정하게 해야 한다. 현역의 2배수 기간 동안, 교정시설과 같은 분야에서, 합숙 형태로 복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후에 복무기간 축소를 포함해 조정의 여지는 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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