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문제 유출 교사 구속… 땅에 떨어진 교단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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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험문제 유출 교사 구속… 땅에 떨어진 교단 신뢰

입력 2018-11-0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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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구속됐다. 법원은 범죄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당사자는 부인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정황증거는 18가지나 된다. 딸의 내신 성적을 위한 교사 아버지의 문제 유출은 믿고 싶지 않은 의혹이었는데 점차 사실로 굳어 가고 있다. 법률적 판단 과정이 남아 있으나 이미 교육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터라 사실이란 전제로 대책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교사는 세 가지를 망가뜨렸다. 첫째, 두 딸을 망쳤다. 딸을 위하는 일이라 여겼겠지만 그는 딸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자매는 아버지의 공범으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더 나쁜 건 딸에게 반칙을 가르쳤다는 점이다. 아버지에게, 그것도 교사인 아버지에게 비리를 배운 자녀가 합리적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둘째, 교사 집단을 못 믿을 사람들로 만들었다. 학부모 사이에선 그 교사만 그랬겠나, 그 학교만 그랬겠나 하는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요즘 “네 아버진 교무부장 아니냐”는 냉소적인 농담을 주고받는다. 교단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셋째, 입시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수시모집은 학생을 점수로 줄 세우지 말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는데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 내신의 공정성을 못 믿겠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었고, 쌍둥이 딸의 내신 성적은 정말 공정하지 못했다. 그는 수시 불신 여론에 불을 질렀다.

한국 교육은 교단의 신뢰 회복 없이는 결코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었다. 1차적 치유책은 공정한 내신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일 것이다. 전수조사, 학교생활기록부 개편, 교사·자녀 상피제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해법은 되지 못한다. 교사들이 잃어버린 신뢰를 정부가 대신 찾아줄 순 없다. 교육계에서 통렬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 한다. 교원단체들은 납득할 만한 신뢰 회복 조치를 강구하고 학교마다 충실히 실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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