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김성민 철학학교 짓다 대표] 현대철학자들은 □□□ 때문에 바울을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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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김성민 철학학교 짓다 대표] 현대철학자들은 □□□ 때문에 바울을 해석한다

‘바울과 현대철학’ 펴낸 김성민 철학학교 짓다 대표

입력 2018-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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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철학학교 짓다 대표가 지난달 23일 짓다 사무실에서 ‘바울과 현대철학’의 집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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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사도 바울을 현대철학, 특히 정치철학의 맥락에서 조명하는 시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현대철학자들이 정치적 바울을 유대교 가톨릭 개신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활용하는 데 학문적 관심을 쏟고 있다. 철학학교 ‘짓다’의 김성민 대표가 이 같은 바울 해석 및 연구 경향을 읽기 쉽게 정리해 ‘바울과 현대철학’을 펴냈다.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 짓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책에서 프리드리히 니체와 마르틴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칼 슈미트, 알랭 바디우, 조르조 아감벤, 슬라보예 지젝, 자크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들을 소개한다. 이런 현상을 현대철학의 ‘바울적 계기’ ‘종교적 전회’라 부른다고 한다. 대체 왜 바울일까.

김 대표는 “그동안 신학에서도 진보에서 보수까지 다양하게 바울을 해석해왔다”며 “철학자들이 다루는 바울은 기독교전통만큼 풍부하진 않지만, 철학자 각자의 사유지점을 통해 바울을 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는 데 활용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철학자들은 바울이 로마 제국과 ‘하나님 나라’라는 교회 공동체와의 관계를 사유하면서 보였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주제에 주목한다. 김 대표는 “로마 제국의 시민이라는 바울이 처한 보편적 조건과 유대인이라는 정체성, 즉 특수한 조건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느냐에 따라 바울의 형상이 다르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는 기독교를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의 정치적 맹점들을 까발리려는 의도에 더 가깝다.

최근 들어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맥락에서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바울 연구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김 대표는 “바울은 법과 정의 문제를 깊이 사유했다”면서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 바울은 로마서를 통해 신적 정의를 앞세웠고, 정의가 우선하는 사회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 현실적인 변혁 가능성을 담을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로마서를 기독교의 교리를 해설하는 책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명사적인 관점을 가진 바울의 급진적 생각을 포착해낼 수 있는 책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바울은 당대 상당히 급진적인 인물이었는데 왜 보수적인 인물로 읽히고 채색돼 있는지 신학이 반성적으로 접근해보고, 이를 통해 기독교의 급진성을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하지만 철학적 주제에 관심을 갖게 돼 해석학을 공부했고 박사과정에선 조르조 아감벤의 사상을 연구했다. 그러다보니 누구보다 기독교인이 철학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자주 맞닥뜨렸다. 김 대표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한 것처럼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는 입장이 하나고, 또 하나는 분리주의적 입장”이라며 “철학을 비롯해 세속 학문이 인본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경계의식을 갖고 이와 분리해 기독교만의 성서적 전통이 갖는 독특성을 살리려는 분리주의적인 입장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 철학자들은 무신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입견이 적잖다. 김 대표는 “탈교회, 탈기독교화가 이뤄지고 성서에 대해서도 유일한 삶의 표준이 아니라 고전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며 “탈종교 현상이 급격히 확산되는데도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교리를 잘 가르치면 교회에 남을 것이고 언젠가 부흥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철학자들은 자기 게임판 위에서 문학 수학 종교 과학 등 모든 영역을 다룰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 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전체주의적인 신에 대한 이야기까지 끌어오고 성서가 진리라는 입장에 반발하면서도 사도 바울을 끌어들이는 획기적이고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와 달리 기독교는 지나치게 수구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자신의 책을 경계에 선 기독교인들이 읽고 더 다양한 해석과 시도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는 안을 위한 신학만 하지 밖을 향한 신학이 없다”면서 “철학자들의 사유지점을 경유해 내적 쇄신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철학 사학 사회학 등 일반 영역에서의 담론을 참고하고 이들과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등 열린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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