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마짜

국민일보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마짜

입력 2018-11-1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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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병
성경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주의하라”고 말씀하셨다. 누룩은 성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유대인들은 고난의 역사를 잊어버리지 않으려 종교적 절기를 엄격히 지킨다. 최대 축제일이 유월절로 이집트의 노예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유월절에 먹는 빵 곧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병이 히브리어로 ‘마짜’이다. 그들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듬해, 시나이 광야에서 첫 번째 파스카 축제를 지냈다. 파스카는 히브리어 ‘페사흐’로 ‘뛰어넘다’라는 뜻을 가진 ‘파사흐’에서 유래했다. 이후 지금까지 유대인들은 이 축제 때 허리에 띠를 매고, 신을 신고, 지팡이를 쥐고, 누룩 없는 빵을 먹는다.

그들은 지금도 유월절 때면 과거 이집트의 노예생활의 고통을 상징하는 쓴 나물 ‘고엽’과 누룩을 넣지 않은 납작하고 딱딱한 과자 마짜를 먹으면서 선조들의 고통을 되새긴다. 3000년이 훨씬 지난 현재에도 유대인들은 매년 봄 일주일의 유월절 기간에는 발효식품이 식단에서 사라진다. 성경에 유월절에는 발효된 식품을 먹지도, 집에 보관하지도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이스라엘의 슈퍼마켓이나 식품가게에서 부풀린 빵을 구할 수 없다. 심지어 맥도날드나 피자헛에서도 딱딱한 나무토막 같은 햄버거와 피자가 나온다.

누룩은 교만을 암시한다. 하나님은 교만을 가장 싫어하신다. 또한 누룩은 인간의 자부심이 이기심으로 ‘커져가는’ 방식을 뜻한다. 인간은 편해지면 나태해지고 타락하기 쉬워진다. 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중심적인 사람 곧 교만한 사람이 된다.

누룩이 없는 빵은 딱딱하고 맛이 없다. 누룩 없는 빵을 먹는 것은 고난의 의미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고난은 하나님 앞에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교만을 참회하고 하나님 앞으로 다시 나가게 한다. 고난이 하나님의 은혜이기도 한 이유이다.

세종대 대우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