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철저히 버리라”… 공동목회 길 터주고 낙향한 이재철 목사

국민일보

“나를 철저히 버리라”… 공동목회 길 터주고 낙향한 이재철 목사

100주년기념교회 후임 목사들 역할 분담 등 목회 리더십 변화 바람

입력 2018-11-20 00:00 수정 2018-11-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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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목사(가운데)가 18일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에서 고별설교를 마친 뒤 경남 거창으로 떠나기에 앞서 교인들과 함께 축복송을 부르며 서로를 축복하고 있다. 100주년기념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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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가 이재철 목사의 후임으로 네 명의 목회자를 ‘공동 담임목사’로 세웠다. 서울 동대문구 나들목교회(김형국 대표목사)는 최근 권역별로 교회를 분립한 뒤 목사들이 순회하면서 목회를 하기로 했다. 교회 리더십 이양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동 담임목사 제도는 한국교회 역사에선 흔치않은 일이다. 과거 영락교회가 시도했던 ‘팀 목회’와도 확연히 구분된다. 영락교회는 담임목사 외에 교육과 선교를 전담하는 목회자를 둔 일이 있다. 현재는 교육 전담 목사만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각별한 당부를 했다. 18일 고별설교를 한 뒤 경남 거창으로 낙향한 이 목사는 “이재철을 버려야만 후임 공동 담임목사님들을 통해 하나님이 거침없이 내려줄 새로운 차원의 은혜를 누릴 것”이라며 “나를 철저하게 버리라”고 요청했다. 이어 “나는 아내와 거창에서, 여러분은 새 목사님들과 이곳 교회에서 ‘사도행전 29장’을 일상의 삶으로 엮어가자”고 권면했다.

교회는 공동 담임목사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후 일찌감치 후임 목회자들을 낙점했다. 지난해 말 정한조 이영란 김광욱 김영준 목사를 공동 담임목사로 선임했다. 이들은 각각 영성 교회학교 목회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담임목사로 지난 1월부터 사역을 시작했다.

김영준 대외업무 담임목사는 19일 통화에서 “공동 담임목사 제도는 한국교회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라면서 “목회에 전문성을 더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효율적인 목회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정한조 영성 담임목사도 지난 7월 8일 창립 13주년 기념 주일예배 때 설교를 통해 공동 담임목사 제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당시 정 목사는 “한 명의 담임목사에 의해 교회가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네 명의 담임목사도 개인에 집중되는 관심을 분산해 주님의 몸 된 교회만을 온전하게 섬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동목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위임에 대한 훈련과 교육이 필수라고 말한다. 계재광 한남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수직적 집단주의 문화인 한국에서 온전한 형태의 팀 리더십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전임 리더가 탁월했던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위임(empowering)에 대한 훈련과 상호신뢰관계 형성을 하는 게 성공의 첩경”이라고 말했다. 강병오 서울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시도는 교계 안팎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례로 본다”면서도 “잘못 운영될 경우 기존의 담임목사와 부목사 구조로 환원되거나 목회자를 따라 2∼4개 교회로 갈라질 가능성도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들목교회는 2년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나들목 네트워크 교회’로 흩어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의 교회를 다섯 개의 권역으로 나눠서 분리하기로 결정 하고, 지난 9월 30일 처음으로 각각의 장소에 모여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내년 5월까지 공동체적 준비를 마친 뒤 나들목교회는 다섯 개의 ‘나들목네트워크 ○○교회’로 분교된다. 각각의 교회 이름은 미정이며, 예배 장소가 확정된 중부권역은 서울 동대문구 대광고등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이곳은 나들목교회가 현재 예배를 드리는 공간이다. 남부는 강남구 수서교회 선교관, 양평은 경기도 아세아연합신학교에서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서부와 동북부는 예배처소를 찾고 있다.

이 교회의 지도력 이양 사례는 ‘나들목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그간 함께 세워 온 공동체를 성도들과 다섯 명의 대표 목사가 나누어 섬기게 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대표목사에서 물러나는 김형국 목사는 19일 “지원센터를 통해 그동안 나들목교회가 추진해 왔던 ‘하나님나라의 복음 DNA’가 각 교회에서도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개발된 자료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며, 순회설교팀을 구성하여 공동체적 설교 사역을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재혁 담임목사의 사임 발표로 후임 목회자를 찾고 있는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는 지난 11일 청빙위원회를 구성했다. 교회에서는 분당 수지 경기대 채플로 나눠 예배드리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해 팀 목회나 공동 목회 가능성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김나래 장창일 양민경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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