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여행] ‘콩밭 매는 아낙네’의 애달픈 사연이…

국민일보

[And 여행] ‘콩밭 매는 아낙네’의 애달픈 사연이…

‘칠갑산의 고장’ 충남 청양

입력 2018-11-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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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호 출렁다리가 일출 빛을 받아 황홀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뚫린 바닥과 출렁임이 이색체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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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부터 천장호 출렁다리 입구에 있는 콩밭 매는 아낙네 동상, 천장호 산책길에 있는 소원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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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부터 대치면 장곡리 장승공원, 최익현 선생을 기리는 모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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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광장에서 칠갑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자리한 칠갑산 천문대 ‘스타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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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의 칠갑산은 청양고추와 함께 군의 상징이다. 군 전체에는 빨간 고추와 칠갑산 노랫말과 관련된 조형물이 넘친다. 청양 관광은 곧 칠갑산 관광이라 할 만큼 관광명소도 칠갑산 주변에 몰려 있다. 천장호 출렁다리, 칠갑산을 에둘러 돌아가는 옛길 드라이브 코스 등이 청양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충남의 알프스’라는 별칭답게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맑은 물과 공기, 빼어난 경관이 관광객들에게 힐링을 준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로 시작하는 노래 ‘칠갑산’. 가사를 풀이하자면 이렇다. 인적없이 한적한 깊은 계곡에 화전민 모녀가 찾아온다. 너무나 가난해 하루 먹을 양식과 최소한으로 몸을 가릴 작은 삼베 조각을 얻기도 힘들다. 송홧가루 날리는 어느 여름날 어머니는 아직 귀밑머리가 풋풋한 어린 딸에게 시집갈 것을 권한다. ‘너만이라도 배곯지 말고 살아 달라’는 어머니의 비원에 떠밀려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는 어린 딸의 마음을 찢어지게 한다. 남겨진 홀어머니가 굶어 죽지나 않을까 하는 어린 소녀의 슬픔을 노래는 구슬프게 대변한다.

노래의 무대가 되는 칠갑산(561m)은 청양의 최고봉으로,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칠갑산의 칠(七)은 천지만물의 생성원리인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 견(見), 식(識)을, 갑(甲)은 천체운행의 원리가 되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으뜸인 ‘甲’자에서 유래했다.

산은 청양군 대치면·정산면·장평면에 걸쳐 있다. 산 정상에서 방사상으로 뻗은 능선이 각 면의 경계를 이룬다. 평범한 육산으로 산세 규모는 크지 않으나 계곡이 깊고 사면은 급한 데다 산세가 거칠고 험준해 ‘충남의 알프스’로 불리기도 한다.

먼저 칠갑산 동편 정산면에 자리한 천장호로 간다. 그곳에 한때 국내에서 가장 긴 기록을 갖고 있는 청양의 명물 출렁다리가 있다. 길이 207m, 폭 1.5m 규모로 2009년 개통했다. 다리 중앙에는 청양의 특산물인 고추와 구기자를 형상화한 16m 높이의 조각이 눈길을 끈다. 곳곳에 바닥을 뚫어 놓은 데다 중심부는 30∼50㎝까지 출렁이는 등 칠갑산 등산객들에게 이색체험을 제공한다. 출렁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면 칠갑산에 살았다는 황룡과 호랑이의 전설을 만난다. 호수를 따라 짧은 산책로가 이어진다. 왼쪽으로 칠갑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른쪽 산책길로 300m가량 가면 칠갑산 소원바위(잉태바위)가 있다. 정성을 다해 어루만지며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 속 바위다. 시집보낸 딸이 아기가 없자 친정어머니가 이 바위에서 700일간 정성 들여 소원을 빌자 아기가 잉태됐다는 것이다.

천장호 바로 아래 ‘알프스마을’이 있다. 이곳은 12월부터 환상적인 겨울왕국으로 변한다. 매년 12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얼음분수축제가 펼쳐진다. 눈 덮인 산골마을에 겨울철 볼거리와 놀거리·먹거리가 가득하다.

마을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외지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였다. 40여 가구가 13만㎡(약 4만평) 남짓한 농지에서 콩이나 더덕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바람이 거세고 음지가 많아 5월 초까지 눈이 녹지 않는 환경에 주목한 주민들이 빈 밭에 물을 대 얼음썰매장을 만들고, 경사진 언덕에 눈썰매장과 봅슬레이장을 세워 2008년 축제를 시작했다.

칠갑광장에서 칠갑산 정상을 향해 편한 길을 400m만 가면 칠갑산 천문대 ‘스타파크’가 있다. 2009년 개관, 일반인을 위한 천문우주 테마과학관이다.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만날 수 있다. 낮에는 주관측실의 굴절망원경을 통해 태양흑점을 관찰하고, 밤에는 보조관측실에서 별자리를 관측한다. 반구형 3단 슬라이딩 시스템을 갖춘 보조관측실과 다양한 보조 망원경이 있어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원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영상을 보는 천체투영실과 3D 입체 영상을 관람하는 시청각실도 있다. 2층 전시관에는 29종의 청양 특산물 모형, 대형 별자리판과 별시계, 어린왕자 포토존, 고도별 위치 등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코너가 마련돼 있다.

청양은 의병의 고장이다. 면암 최익현 선생이 있고, 민종식이 있다. 홍주의병의 주인공인 안씨 3부자와 안항식 의사가 있고, 곳곳마다 3·1만세운동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그래서 청양은 ‘회복의 땅’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권과 민생을 위해 바친 목숨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

최익현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5적의 처단을 주장하는 ‘청토오적소(請討五賊疎)’와 ‘창의토적소(倡義討賊疏)’를 올려 불법 늑약의 취소와 의병 항일전을 주창했다. 8도 사민에게 포고문을 발표해 항일투쟁을 호소했으며, 일제에 대한 납세 거부, 철도 이용 안 하기, 일체의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청양의 유학자 민종식이 구성한 의병과 연대, 항일투쟁에 나선다. 이후 체포돼 일본 대마도로 끌려가 항거를 계속하다 숨을 거둔다.

청양군 목면 송암리에 그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 모덕사가 있다. 경기도 포천 출신인 최익현 선생이 이사와 살던 곳이다. 1906년 청양군 유림들이 발의, 1913년 공덕사라는 명칭으로 건립됐다. 광복 후 사우를 중수하고 고종의 밀지 내용 중 ‘모경숙덕(慕卿宿德·그대의 큰 덕을 사모함)’에서 ‘모’자와 ‘덕’자를 따왔다. 유물전시관과 장서각 등도 갖췄다.

대치면 장곡리에 ‘백제문화체험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토기가마 전시실 및 체험장, 역사관, 민속유물실, 금광체험장 등을 두루 갖췄다. 인근에 칠갑산 장승공원이 조성돼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국내·외 장승 350여 개가 재현돼 있다. 매년 4월 중순이면 칠갑산장승문화축제가 개최된다.

▒ 여행메모

물매운탕·참게탕에… 방기옥고택 한옥스테이 제격


충남 청양은 어느 고속도로를 이용하든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타야 한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홍성나들목으로 나온다. 천장호출렁다리로 가려면 서천공주고속도로 청양나들목에서 빠지는 것이 편하다. 청양·정산·보령 방면으로 우회전해 39번 국도를 이용하다 신덕삼거리에서 신덕리·와촌리·내촌리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덕동삼거리에서 한번 더 좌회전해 1.5㎞ 가면 주차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으로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이나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청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대치면 작천리 까치내 흥부가든은 민물매운탕, 참게탕을 잘한다. 바닷골 순두부는 두부와 청국장으로 유명하고 차와싸리골밥은 차향밥상을, 다미는 돌솥정식을 내놓는다. 장승공원 상가 내 ‘맛있는 집’의 산채비빔밥도 입맛을 돋운다.

칠갑산 옛길에 있는 호텔칠갑산샬레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굿스테이’ 업소다. 방기옥고택에서 한옥스테이를 할 수 있다. 칠갑산자연휴양림은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숙박시설, 야영장, 물놀이장, 자연학습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청양의 특산물인 구기자를 넣어 만든 구기자한과와 충남무형문화재 제30호인 구기자주, 청양농협의 청양고추장이 유명하다. 우산성, 고운박물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청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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