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관급공사 인종차별에 수주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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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관급공사 인종차별에 수주 반토막”

[트럼프 反이민, 위기의 아메리칸 드림] 비자받기 어려워 신규 이민 줄고 역이민은 증가

입력 2018-12-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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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자 정주화씨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운영하는 건설회사의 직원들이 지난달 25일 시카고 인근 한 주택에서 지붕 수리를 하고 있다. 한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급 공사에서도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확연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글 싣는 순서
<상> 이민자 혐오·추방 공포
<중> ① 최대 위기 맞은 이민사회
<하> 달라진 이민 준비 실태


정주화(45)씨는 2000년 11월 미국 버지니아주로 들어왔다. 건설회사 직원으로 일하면서 일을 익혔다. 그는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터전을 옮긴 뒤 2006월 9월 건설회사를 직접 차렸다. 건물 지붕과 외부 벽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이민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정씨의 사업도 많이 힘들어졌다. 그가 입고 있는 피해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보이지 않은 차별이다. 정씨 회사는 정부기관이 발주하는 관급 공사에 하청업체로 꾸준히 참여했다. 수익도 나쁘지 않았지만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관급 공사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학교·군부대·공공병원 등의 건설과 공공주택 개선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관급 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40%가 넘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관급 공사 비율이 20% 아래로 뚝 떨어졌다.

정씨는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급 공사에서도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진다”면서 “백인 회사에 공사를 몰아주면서 우리 같은 회사가 큰 어려움 속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끼리는 일감 몰아주기가 암묵적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하겠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노골적”이라고 했다.

정씨는 최근 있었던 일을 사례로 들었다. 회사는 최근 정부 운영 박물관 보수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관급 공사를 따내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고 공사비를 낮춰 썼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박물관 측이 갑자기 무리한 요구를 꺼냈다. 정씨는 “공사기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할 것을 요청하면서 건설노동자들에게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시키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건설 현장에 맞지 않는 사문화된 안전 규정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정씨는 “못 박기가 힘들어 현장 노동자들이 거의 끼지 않는 두꺼운 건설용 가죽장갑을 반드시 착용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발주처의 속내를 알아차린 그는 공사를 포기했다.

두 번째 피해는 인력난이다. 정씨는 공사 노동자로 중남미 이민자들을 주로 고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반이민정책이 노동력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정씨의 설명에 따르면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은 시간당 35∼45달러, 헬퍼로 불리는 단순노동자들은 15∼20달러를 받는다. 중남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면서 임금을 올려줘도 노동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정씨는 “함께 일했던 성실한 온두라스 젊은이가 있었는데, 최근 페이스북 메시지로 ‘온두라스로 왔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나를 고용해 달라’는 글을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마 이 친구도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는데, 신분을 위조해 일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트럼프 대통령 이전 미국 경제는 불법체류자를 사실상 용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남미 불법체류자들은 백인들이 하지 않는 공사와 청소, 설거지 등 궂은일을 하면서 미국 사회에 도움을 준 부분도 있다”며 “트럼프 이전 정부가 범죄자를 제외하고는 불법체류자 단속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들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으로 한인 상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인 감소가 결정적 원인이다. 한인 상권의 큰손은 역시 한국 이민자들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면서 신규 이민자 유입이 줄었다. 한국 관광객마저 감소했다고 주장하는 업주도 있다. 설상가상 한국으로 가는 역이민은 느는 추세다. 역이민의 원인은 다양하다. 사업이 안 된다는 이유, 인종차별을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은 마음,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값싸고 질 좋은 한국 건강보험에 대한 매력 등으로 노년층을 중심으로 이민 생활을 접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비자가 줄어드는데 장사가 잘 될 리 없다.

얼어붙은 한인사회 분위기에 남아 있는 한인들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한인타운에서 음식점·술집·세탁소·미장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돈이 돌지 않는다는 비명이 가득하다. 뉴욕의 한 주점 업주는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면서 “사업이 안 되는 자영업자들은 쓸 돈이 줄었고, 한인 샐러리맨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를 줄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중남미 불법체류자 단속에 따른 간접 피해도 심각하다. 한인 자영업자들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중남미 노동력에 많이 의존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업주들은 수사 대상이 되는 것도 커다란 두려움이다.

김모(56)씨는 뉴저지주에서 24년 했던 식당을 지난 9월 접었다. 김씨는 “장사도 안 되는데 법적 문제에 휘말릴까봐 겁나 가게를 팔았다”면서 “후련한 마음과 착잡한 기분 속에 갈피를 못 잡겠다”고 했다. 그는 “한인 이민자 외에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온 3명을 종업원으로 썼는데, 이들이 신분을 위조하면 알 방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남미 사람들끼리 미국 경찰이나 이민국의 단속 정보를 교환하고 있어 같은 날 3명이 무단결근하는 일이 잦았다”며 “장사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한인 자영업자의 폐업은 연쇄반응을 낳기 때문에 한인 상권이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크다. 한인 자영업자들은 주로 한인들과 사업 계약을 맺으면서 경제 생태계를 형성한다. 김씨처럼 식당업주가 사업을 접을 경우 한인 식재료 공급업자, 한인 회계사와 세무사, 한인 부동산업자 등이 도미노식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뉴욕에서 큰 규모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6·여)씨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식당을 유지만 했지 번 돈은 하나도 없었다”며 “이 정도 식당을 하는 데 돈을 한푼도 못 벌었다고 한다면 나라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뉴욕·시카고=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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