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전정희] 좌도 우도 아닌 위로

국민일보

[한마당-전정희] 좌도 우도 아닌 위로

입력 2018-12-05 04:0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 독일 사회가 좌우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으로 건강성을 해치고 있을 때 시민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 발전을 꾀하자고 한 말이다. 분단체제 70년의 우리로서는 절박한 구호가 될 수 있겠다. 앞을 허용 않는 극단의 이념 대립으로 경제적 비용은 둘째 치고라도 그로 인한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건강적 폐해도 만만찮다. 포털 댓글을 보면 이념적 증오가 난무한다. 언어의 지옥도이다. 분단의 1차 원인은 조선 말 부패한 권력층에게 있었고 2차 원인은 일제다.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외세 권력과 동조 내부 세력으로 분단이 고착화됐다.

우리의 불행, 즉 이데올로기는 자연 인간 사회를 해석해내는 관념 또는 의식의 형태다. 철학자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가 현실이나 현실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럴 것이다’라는 방향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실업이 심각해질 경우 외국인노동자들 때문이라고 오인하는 ‘방향의 당연시’이다. 현실관계는 실업자와 고용주의 계약 때문인데도 말이다. 외국인노동자가 하는 3D 업종은 하지도 않을 거면서 신념에 찬 오인을 하고, 적을 만들어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다.

‘노동자들이 사회를 지배한다’라는 실패한 이데올로기가 신념화되고 오인이 계속된다면 그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불행에 빠진다. 두 이념이 충돌하는 분단은 그래서 개미지옥이다. 2018년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절반 또는 3명 중 1명이 “반드시 통일할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현실적인 것 같으나 역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오인이다. 현실과 현실관계는 노동자 지배 사회가 주체사상화된 북한이 실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핵무장을 했고 우리는 이에 대응할 전력을 갖췄다. 그러나 작은 전쟁이든 큰 전쟁이든 망하는 건 우리다. 이것이 팩트다.

현실관계 파악을 가로막는 자들이 극단의 좌우파들이다. 교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위임목사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잘못은 잊지 않되 용서하고 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한 교포 목사가 ‘좌파’라고 마녀사냥했다. 국내 극우 단체는 ‘백두칭송위원회입니까’라고 덧칠해 버렸다. 이처럼 극단은 정통 복음주의 신앙 고백마저 악용한다. 신앙은 이념을 넘어선다. 좌우가 아닌 위만 바라보면 될 일이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많이 본 기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