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부모의 행복이 출산장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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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부모의 행복이 출산장려

입력 2018-12-0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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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250만원의 출산장려금이 지급된다. 일과 육아의 병행이 힘들다 해도 어머니 세대와 비교하자면 요즘 육아는 어쨌든 쉬워졌다. 무료 필수 예방접종, 영유아 검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지원금을 비롯해 다자녀에 대한 할인과 같이 예전에 없던 혜택이 생겼으니까. 그런 혜택을 늘린다고 여전히 아이를 더 많이 낳지는 않는다. 자녀가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또는 결혼을 하고도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동물만 기른다며 우울하고 잠이 안 온다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많이 찾아온다. 막상 그분들의 자녀에 해당하는 30~40대인 본인이 결혼 못한다고 우울이나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는데도 말이다. 20대와 미래를 이야기 해봐도 결혼이 싫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다. 까닭은 단순하다. 부모님들이 가정 안에서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술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 육아에 고군분투하며 제사 등 시댁의 대소사와 김장까지 힘든 어머니, 자녀가 교육으로 운명을 바꾸기를 기대하면서 자신의 꿈보다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서 희생했을 테니…. 그 삶이 행복해 보이기가 어렵지 않을까.

자녀의 비혼이나 이혼을 걱정하는 어르신들께 다시 여쭤봤다. 왜 꼭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할까요? 그게 당연하고 그게 사는 의미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막상 자녀에게 결혼과 출산을 닦달하는 사람들도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길렀더니 그로 인해 삶이 훨씬 행복했다’라고 답하지는 못했다. 자신 있게 그런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드물다. 사람은 자기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믿고 사랑해줄 동반자를 원하고, 이별할 가능성이 적은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행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약속과 자녀를 낳아 기르는 숭고한 과업으로 내 삶이 피폐해질 것이 뻔한 데 그런 선택을 할까. 사람들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으로 진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현재의 행복이 미래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하주원 (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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