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낯설죠?… 교회 일치 소망합니다”

국민일보

“정교회 낯설죠?… 교회 일치 소망합니다”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방한 NCCK 회원교단 대표들과 대화

입력 2018-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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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오스 정교회 세계총대주교가 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교단 대표들을 만나 교회 일치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검은 사제복과 고색창연한 비잔틴 성화로 대표되는 정교회는 개신교인에게 낯설다. 막연하게 개신교의 하나인 것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바르톨로메오스 정교회 세계총대주교가 3일 밤 방한하면서 정교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교회는 개신교의 일원이 아니다.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창립 전부터 국제 에큐메니컬 운동의 전면에서 활동한 게 이런 오해를 낳았다.

정교회와 개신교회의 접점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교회 일치’를 지향하는 정교회의 정체성 때문이다. 정교회는 개신교회뿐 아니라 로마 가톨릭교회와도 다양한 교류를 한다.

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교단 대표들과의 오찬에 참석한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는 “정교회 세계총대주교청 산하에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교회, 성공회와의 대화를 위한 ‘교회 간 위원회’를 두고 교회들의 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교회들의 대화를 통해 ‘모든 이의 연합’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길 소망한다. 이번 방한이 그 일을 위한 한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교회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기독교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회이면서 초대교회의 원형을 충실하게 잇는 교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인에게는 ‘동방 정교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정교회가 발행한 ‘정교회 기초교리’에는 동방 정교회의 공식 명칭을 ‘정통 가톨릭교회’로 정의한다. 하지만 정교회는 교회가 뿌리내린 국가의 명칭을 앞에 붙이는 전통을 갖고 있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30년 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동방 정교회’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스 정교회’나 ‘러시아 정교회’도 정교회의 부흥 과정에서 새롭게 생긴 명칭들이다.

381년 열린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는 당시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부흥하던 정교회의 대교구를 로마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디옥 예루살렘 등 다섯 개로 확정했다. 이들은 수시로 공의회를 소집해 ‘하나의 교회’ 전통을 이어갔다.

하지만 590년부터 로마 대교구가 급격하게 부흥하기 시작했다. 힘의 균형을 잃은 대교구들은 긴 시간 신학과 정치, 문화적 갈등을 겪다 1054년 분열했다. 교회의 첫 번째 분열로 기록된 ‘동서 교회 분열’이다. 이를 기점으로 로마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는 각자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정교회는 부침을 거듭했다. 1453년 동로마제국의 수도이자 정교회의 본산인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 군대에 의해 점령당했다. 성 소피아 성당 등이 모스크로 변했고 정교회는 대신 이스탄불 주택가에 2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총대주교좌 성당을 세웠다. 술탄의 지배하에 정교회는 급속도로 쇠락했다.

정교회는 매우 보수적인 신학을 지녔다. WCC 창립 회원인 만큼 세계교회들 사이에서 ‘신학적 균형추’ 역할을 맡고 있다. WCC가 도입한 만장일치 결의 제도인 ‘컨센서스 제도’가 생겨난 것도 정교회 덕분이다. 1998년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열린 제8차 WCC 총회 때 정교회가 이 제도를 제안했다. 다양한 신앙과 신학을 지닌 교회들이 모인 WCC가 방향을 잃지 않는 데 길잡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교회는 원래 하나였던 교회의 원형을 회복하자는 사명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하나이며 거룩하며 사도적이며 보편적인 교회”를 표방한다.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는 터키 이스탄불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로 1991년 착좌했다. 전통적으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세계 정교회를 대표한다. 세계총대주교는 방한 기간 중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 50주년 성찬예배를 집전한다.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계 정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대화할 예정이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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