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 칼럼] 文 대통령, 시행착오 줄여라

국민일보

[염성덕 칼럼] 文 대통령, 시행착오 줄여라

입력 2018-12-1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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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경제정책 궤도 수정에 적극 나서야… 北 두둔하는 ‘갈라파고스 외교’ 밀어붙이면 국제무대에서 외톨이 되기 십상
탈원전에 대한 국내외 여건 크게 달라진 만큼 탈원전 폐기 여부를 국민에게 물어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임기제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국민의 배를 주리게 하려는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민생이 피폐해지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고, 정권 재창출의 희망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내각은 마이동풍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7개월 만인 17일 첫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을 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3차례 만나면서 남북·북핵 문제에 공을 들이면서 민생은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한심한 청와대 당국자는 시간이 지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며 낙관론까지 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국민 마음에 불을 지른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요지부동인 문 대통령이 변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되고,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돼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 실책(失策)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부작용을 낳은 소득주도성장 정책들의 속도 조절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실험하며 임기의 3분의 1이나 허송세월한 점을 곱씹어야 한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췄다. 문 대통령은 잘못된 경제정책의 속도 조절에 그치지 말고 궤도 수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시장이 작동하도록 여건만 조성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은 시장과 기업에 맡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걸림돌만 제거하면 된다. 정부가 시장과 기업 위에 군림하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오만과 독선을 버려야 한다.

문 대통령의 북핵 대응책도 수긍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 때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유럽 정상들은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무시했다. 외국 정상들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면전에서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 착잡함을 넘어 참담한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도 유럽 순방이 잘됐다고 자화자찬했다.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대변하는 듯한 문 대통령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제재 완화 주장을 접었다. 한·미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에 밀린 듯한 모습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에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한 김 위원장과 의기투합해 ‘갈라파고스 외교’를 밀어붙이면 안 된다. 상대국 정상들의 의중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면 국제무대에서 외톨이가 되기 십상이다.

문 대통령은 반(反)원전 정책인 탈(脫)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을 주장하고 나섰을 때와 비교하면 국내외 상황이 크게 변했다. 원전에 비판적인 성향의 미국 과학자 단체 ‘참여 과학자 모임’이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력 불안에 시달리던 대만은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고,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원전 감축 계획을 10년 뒤로 늦췄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일본은 원전 재가동과 차세대 소형 원전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과 인도처럼 원전을 늘리는 나라도 있고, 원전을 새로 지으려는 나라도 많다.

한국 원전 기술은 반도체와 함께 세계가 인정한 독보적인 분야다. 일자리와 국부 창출, 연계 효과가 대단한 먹거리의 보고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첨단 원전 기술 사장, 고급 인력 해외 유출, 협력업체 줄도산, 지역경제 위축, 국제 수주 불발 등 불거질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원전 생태계가 원자폭탄을 맞은 것처럼 붕괴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협력업체와 지역경제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국민 여론도 탈원전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올 하반기 2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 찬성률은 70% 안팎이었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100만명 국민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범여권 의원이 과반인 경남 창원시의회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에서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지난달 바비시 체코 총리를 만나 한국이 체코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딸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에서 반원전 정책을 펴면서 체코에서 친(親)원전 정책을 요구한 셈이다. 체코 정부와 정치인들이 문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을 리 없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지 말고 폐기 여부를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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