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백 칼럼] 다양하고 유연한 사회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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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백 칼럼] 다양하고 유연한 사회로 나아가야

입력 2018-12-2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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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시대 한국 사회가 고착화와 갈등을 탈피하려면 소통과 관계 회복이 절실하다
다문화 수용, 공유가치 추구, 공동체사회 가치 구현을 위한 노력으로 사회 발전을 꾀해야


한국 사회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고 변화를 체감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강릉시 펜션에서 고교 3년생들의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도중 숨진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의 사고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청춘들을 희생시킨 두 사건의 결과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처벌은 그저 그런 정도로 이뤄지고, 조금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다. 지금의 법과 제도,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반복될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를 그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는다.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가 온 국민의 의식에 깊이 잠재하기 때문이다. 이 트라우마는 정치적 경험을 쌓았기에 언제든지 역동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해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는 우리 사회의 모든 모순과 불법, 적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박근혜정부는 사건 발생 이후 4년 가까이 수습과 처벌, 개선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관련 사실들을 은폐하고 훼손하다가 중도 퇴출됐다. 새롭게 탄생한 문재인정부에서도 세월호 사건은 진행 중이다. 끊임없는 안전사고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 사회는 다문화, 4차 산업혁명, 고령화 등이 현안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작동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은 법률과 제도들이 미비하다. 그로 인한 모순과 갈등으로 경제와 사회가 피폐해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밥그릇 싸움과 편익 향유에 골몰해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가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을 갖추지 못하니 국민들이 고통 받고 희생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 양극화 심화와 함께 계층 간 사다리들이 사라지고 사회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듯하다. 변화를 거부하는 지체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반칙이 상식이고 법망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인들도 자신들이 경쟁에서 이긴 방법을 대물림하기 위해, 피해 경험을 자녀에게 반복되게 하지 않으려 반칙을 서슴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갈등을 해소하는 ‘소통’과 ‘관계’를 어려워하는 데는 원인이 있다. 권위주의적 개발시대를 통해 자리 잡은 구조적인 배타와 차별 의식이 아직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뿌리 깊은 진영논리에 편승해 공정하지 않게 권익을 취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자기 가족·친구·혈연·지연·학연 등 연줄로 엮어진 1차 공동사회와 2차 이해 집단 속에 어떻게든 머물면서 불공정 행위들을 자행했다. 진영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배타적 경쟁자로 몰아 불이익을 주고 해치는 걸 서슴지 않았다. 지금은 자기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해치는 심각한 상태다. 또 하나는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치열한 경쟁에 매몰돼 있다. 상대에게 기회를 잃으면 다 빼앗긴다는 절박감이 온갖 위법과 편법, 부정한 행위를 동원해서라도 목표를 쟁취하게 만든다. 수단이 잘못돼도 독차지했을 때 무마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위와 권력을 가진 자의 집착과 오만함이 어떤지도 잘 안다. 마지막으로 사회 안전망이 허술해 패자부활이 쉽지 않다. 불공정과 승자독식이 보편화하는 상황이니 경쟁을 유발하는 패자부활을 고려하거나 용납해선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생애 중에 자신의 개성과 자질을 단박에 발견하거나 깨달아 주변에 기여하며 사는 게 쉽지 않다. 시행착오를 거치게 돼 있다. 따라서 한 번 실패하면 회복이 어려운 사회 시스템은 국가로서도 막대한 손해다. 몇몇 사람들에 의한 단조로운 사회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과 재능에 의한 다양한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가 훨씬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제시했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문 정부 1년7개월간 그게 얼마만큼 실현됐는가.

고립과 단절을 해소하고 서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문화 수용사회를 확립해 나아가는 것이다. 국내 다문화가정 인구가 100만명에 이르고 다문화가정 3세가 태어나는 상황이다. 외국인노동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서며 산업현장을 지탱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만명을 넘는다. 우리 사회의 고정된 관념과 관습으로는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게 됐다. 세계적으로도 다문화 사회는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된 법률과 제도 정비가 미흡해서는 국제적으로도 위상을 구축하기 어렵다. 경쟁을 완화하고 공존을 구현하는 공유가치 추구 사회의 패러다임의 보편화도 중요하다. 공유경제를 활성화하는 법과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체사회 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밀도 있는 정책들을 짜는 것이다. 내년 세밑에는 온 국민이 좀 더 희망찬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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