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소재로 한 인생이야기… 발레 보듯 편히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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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소재로 한 인생이야기… 발레 보듯 편히 감상하세요”

연극 ‘레드’서 화가 마크 로스코 역 맡은 강신일

입력 2019-01-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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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연극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사람들과 호흡해온 배우 강신일. 그는 “배우라고 나를 소개할 때면 아직도 참 낯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인데 많은 사랑을 주시는 것에 늘 감사하다. 바람이 있다면, 열심히 작업 중인 젊은 극단들이 많은데 좀 더 많은 분들이 연극 무대를 사랑해주시고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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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배우 강신일(59)의 낮과 밤은 내내 ‘연기’로 채워져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tvN)과 ‘태양의 후예’(KBS), 영화 ‘공공의 적’(2002)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그가 6일 개막한 연극 ‘레드’(연출 김태훈) 무대에 서고 있다.

연극은 추상표현주의의 대가인 화가 마크 로스코(강신일·정보석)와 조수 켄(김도빈·박정복)의 대화를 담은 2인극이다. 1958년 뉴욕의 한 레스토랑 벽화를 의뢰받은 로스코가 연작 40점을 완성한 후 돌연 계약을 파기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했다. 2010년 토니상 연극 부문 최다 수상에 빛나는 수작으로, 2011년 국내 초연 이후 호평 속에 네 차례 공연됐다.

초연 때 대본을 본 연출가는 제일 먼저 강신일을 떠올렸다고 한다. 강신일은 지금까지 네 번의 공연 중 세 번 로스코 역으로 출연했다.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소재는 미술이지만 예술과 인생을 아우르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극은 마크 로스코가 실제로 한 말들로 대부분 이뤄져 있어요. 화가가 ‘우리는 창조하고, 성숙하고, 소멸하는 영원한 과정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조금씩 소멸해가는 세대인데, 새롭게 등장하는 가치관과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계발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재밌죠.”

그의 말처럼, 강신일은 ‘변화’의 중심에 줄곧 서 있었다. 그는 1980년대 창작극 활성화를 이끌어온 진성 연극인이다. 극단 ‘증언’으로 출발해 ‘연우무대’ 등에 몸담으며, 엄혹한 시대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응시하는 작품들을 정권의 감시에도 묵묵히 올려왔다.

“80년대만 해도 번역극과 번역극 투의 대사들이 무수히 많았어요. 순간의 감성에 충실한 자연스러운 연극, 우리의 정서와 말을 담아낸 연극을 해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사회를 변혁하겠다는 대단한 가치를 내세운 건 아니었어요. 시대의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감동과 즐거움을 전하고,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했죠.”

내성적이던 그가 연기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 교회 성극을 통해서였다. 교도소와 병원 등 곳곳에 있는 문화 소외계층을 찾아가 무대를 선보였다.

“성극을 통해 연극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믿음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배우는 여러 모습을 연기하면서 자신을 탐구해나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해요.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본성을 담아 인간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나의 근원을 찾아가는 게 하나님의 본성에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는 바쁜 틈을 쪼개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KBS1)와 독립영화 촬영도 병행 중이다. 30년 넘게 연기에 몸담았지만 힘든 적은 없었다는 천생 연기자다. 돌아보면 2007년 간암 수술로 10개월가량 쉬어야 했을 때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살핌을 받은 감사한 시기였다고. 연기가 “최선이자 가장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변화를 고민 중이다.

“이번 공연이 한편의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편하게 발레나 무용 공연을 보는 듯한 감상을 드리고 싶어요. 거친 대사와 행동이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웃음).”

공연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월 10일까지 계속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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