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면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든다는 그곳… 노량진 수험생 위해 20년 새벽밥 짓다

국민일보

오전 6시면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든다는 그곳… 노량진 수험생 위해 20년 새벽밥 짓다

서울 동작구 강남교회 한결같은 사역

입력 2019-01-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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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애 권사가 4일 서울 동작구 강남교회 지하 식당에서 수험생들에게 건넬 두부 된장국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6시30분, 청년들이 차가운 입김을 내뿜으며 서울 동작구 강남교회(고문산 목사)로 하나둘 몰려들었다. 노량진 고시촌 수험생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아침 식사를 위해서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무거운 가방을 멘 청년들은 배식을 위해 줄을 서 밥을 퍼 주는 권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두부 된장국과 소고기 장조림, 열무김치를 식판에 담고는 서둘러 숟가락을 들었다.

이곳을 찾는 청년은 하루 250여명. 정모(33·여)씨도 친구들과 함께 앉아 식사하며 곧 있을 임용 2차 면접 정보를 나눴다. 전날 밤 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정씨는 “고기가 맛있고 권사님들이 정성으로 밥을 해주신다”며 맑게 웃어 보였다. 그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는데 새벽밥을 먹다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며 “권사님들처럼 아이들에게 행복과 정성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신애(68·여) 권사는 오전 3시30분에 일어났다. 장을 보고 조리를 하기 위해서다. 강남교회에서 아침밥 봉사를 위해 나서는 이는 하루 5~10명. 한 달에 한두 번 봉사하는 이도 있고 매일 나와 섬기는 이도 있다. 이 권사는 “이른 아침 부지런히 식사하는 학생들이 기특하다”며 “엄마가 해준 것 같은 따뜻한 밥을 학생들에게 먹이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했다.

청년들도 고마움을 표한다. 한 청년은 회계사 1차 시험에 합격한 뒤 교회에 다니지 않는데도 설거지 봉사에 나섰다. ‘10년 가까이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했다’며 쌀 3포대를 갖다 놓고 간 청년도 있다. 교회 벽에는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교회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감사 편지들이 붙어 있다.

아침밥 사역은 2000년 시작됐다. 월~금요일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됐다. 토요일에는 김규명(70) 장로가 강남 일대를 다니며 얻어 온 빵을 청년들에게 내놓는다. 김상순(43) 청년부 부목사는 “노량진 고시촌에 있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역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당장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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